[상하이 리포트]중국식 홍탁, 다자셰와 黃酒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7분


프랑스 파리를 칭송하는 이들도 많지만 상하이를 ‘옛 동방의 파리’라 부르는 상하이 예찬론자들도 적지 않다.

한 도시에 대한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영역은 다양하다. 하지만 요리만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 도시의 지역적 특성과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 또 있을까? 상하이 요리는 그런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중국의 요리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가장 밑바탕이 되는 식(食)문화는 대개 흡사하지만, 워낙 땅덩이가 넓은지라 지역에 따라 식재료 사용의 구분은 뚜렷하다.

상하이는 예로부터 국제적 성향이 다분했기 때문일까. 흔히 접해오던 중국 여느 지방의 요리와는 또 다른 향기를 풍긴다. 이것이 중국의 요리인지, 아니면 서양식과 혼합된 퓨전 요리인지 궁금증을 남기기도 한다.

식재료가 육·해·공 구분 없이 고루 사용되는 상하이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을 현지에서는 ‘눙유츠장(濃油赤醬)’이라고 표현한다.

이 말은 다른 지방의 음식처럼 기름이 많이 사용되긴 하지만 상하이식 고유의 조리법을 사용해 기름을 느끼함이 아닌 깊고 진한 맛으로 승화시킨다는 뜻이다. 때로는 달콤한 맛을 내기도 하거니와, 요리가 가진 색감이 주는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갖추기도 한다.

대표적인 상하이 요리로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중국식 만두 ‘샤오룽바오(小籠包·사진)’와 상하이식 조리법으로 요리한 중국산 민물게 ‘다자셰(大甲蟹)’가 있는데, 상하이 사람들은 그중 다자셰를 세계 3대 양조주 가운데 하나인 황주(黃酒)와 곁들여 즐긴다. 마치 한국인들이 홍어와 탁주를 ‘홍탁’이라는 이름으로 즐기는 것처럼….

중국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세 가지를 ‘의(衣)·식(食)·주(住)’ 가 아닌 ‘식·주·의’ 순으로 여길 만큼 예로부터 음식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해 왔다. 기술자나 고객을 위해 서비스를 하는 사람을 칭할 때 사용하는 존칭어인 ‘스푸(師傅)’를 요리사에게는 ‘大’를 붙여 ‘다스푸(大師傅)’라 할 정도다.

하지만 요즘은 멜라민 등 먹어서는 안 될 물질로 음식에 장난을 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중국에 와서 한번 상하이 요리를 맛보라는 말을 선뜻 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중국에서 제공되는 음식 모두가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상하이 현지에서나, 한국에서나 중국산 음식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는 게 좋겠다.

황석원 sukwon8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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