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중년여성 ‘하이힐 병’

  • 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01분


“30분 수술이면 될걸…” 휜 엄지발가락 이젠 ‘똑바로’

《자영업을 하는 김판윤(65·여·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씨는 4자매 모두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어 뼈가 튀어나왔다.비슷한 증상을 가진 어머니의 영향이다.

젊은 시절부터 발가락이 서서히 휘더니 3년 전부터 통증이 심해졌다.

결국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이 밑으로 들어가는 상태까지 됐다.

김 씨는 정확한 진찰을 받아보기 위해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 전문병원인 서울 양천구 목동 힘찬병원의 족부클리닉을 찾았다.

김응수 정형외과 과장은 김 씨의 X-레이 사진을 보며 관절염이 있는지, 변형이 교정되는지, 평발이 있는지, 굳은살이 있는지 등을 세심하게 진단한 후 ‘무지외반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는 질환이다. 예전에는 버선을 신으면 잘 생긴다고 해서 ‘버선발기형’으로 불리기도 했다.

무지외반증은 단순히 휘는 정도가 아니라 뼈가 튀어나와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뼈가 가장 많이 튀어나온 부분이 신발과 닿아 통증을 일으키며 엄지발가락이 더 휘면 걷기조차 힘들다. 발 관절이 붓고 아프며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고 통증이 생긴다.

무지외반증은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생긴다. 힘찬병원이 352명의 무지외반증 환자를 조사한 결과 20대 9.7%, 30대 18%, 40대 43%, 50대 17%, 60대 이상이 12.3%로 나타났다. 40대가 많은 것은 20대부터 신던 하이힐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발의 형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무지외반증은 유전적인 요소도 있다. 가족 중 무지외반증 환자가 있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김 과장은 “일단 변형이 오면 계속 휘게 돼 다른 발가락에도 변형이 오고 발목, 무릎, 허리 등에 통증이 올 수도 있다”면서 “증상이 가볍거나 발가락의 변형이 심하지 않으면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교정 깔창을 대면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엄지발가락과 인대 펴주기 수술

김 씨는 걸을 때 통증이 심하고 관절의 변형이 많이 생겨 수술을 받기로 했다. 수술은 엄지발가락과 인대를 일자로 잡아 주는 절골술이다. 튀어나온 부분만 깎아 반듯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겉으로 볼 때 비슷하게 튀어나온 모양이라도 실제 속 모양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보고 가장 적당한 방법으로 ‘맞춤형 수술’을 해야 한다.

실제 뼈를 제자리도 돌려주는 절골술은 100가지 이상의 방법이 있다. 김 씨의 수술은 30∼40분 걸렸다.

김 과장은 “무지외반증 교정술은 발가락과 발 허리뼈 사이에 어긋나있는 주변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족부질환 전문의에게 시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하이힐은 수술 4개월 후 신으세요

김 씨는 수술 후 3일째 되던 날 병원에서 엄지발가락에 체중이 걸리지 않도록 만든 특수신발을 신고 퇴원했다. 곧바로 간단한 집안일 등을 할 수 있었다.

김 과장은 “앉아서 하는 업무라면 곧바로 직장생활도 가능하다”면서 “수술 후 2, 3개월 지나면 평소 신던 신발을 신을 수 있으며 하루 종일 서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폭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은 수술 후 3, 4개월까지는 피한다. 몸의 무게를 발바닥만으로 지탱해야 해 발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동안 조금만 걸어도 발이 아프고 온몸이 피곤해 고통스러웠다”면서 “통증이 사라진데다가 흉했던 발도 정상으로 돌아와 앞으로 샌들을 마음껏 신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그러나 무지외반증도 관절부위 수술이기 때문에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수술 후 재발될 수도 있으므로 일상생활에서 주의해야 한다. 김 씨는 수술 후 병원의 ‘가정방문간호 서비스’를 통해 간호사로부터 예방교육을 30분 동안 받았다.

무지외반증 수술 후에는 5cm 이하의 낮은 굽을 한번에 2시간 이상 신지 않는 것이 좋다. 신발을 고를 때는 부드러운 재질로 발의 길이와 넓이에 잘 맞고, 발가락이 꺾어지는 부위와 신발의 꺾어지는 부위가 일치하는 것이 좋다. 평소 발가락을 늘리거나 굽히는 근육운동을 해 주는 것도 발가락 변형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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