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건축]독일서 열린 ‘日애니메이션 건축展’

  • 입력 2008년 6월 18일 02시 56분


실제 건축물과 만화속 배경 비교

독일이 기획… 부러운 ‘망가파워’

“한국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아키라’나 ‘에반게리온’ 관련 이미지를 좀 부탁드립니다.”

“독일에서도 ‘에바’는 유명합니다. 거기 나오는 건축물을 저도 좋아해요.”

1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독일건축박물관(DAM) 홍보담당매니저 세바스찬 토카츠와의 통화 내용입니다.

DAM은 3월 8일부터 6월 8일까지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그려진 건축’을 살펴보는 ‘네오도쿄3: 망가와 아니메 속의 건축’전을 개최했습니다.

오토모 가쓰히로의 ‘아키라’(1982년), 안노 히데아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년),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1989년) 등 일본 애니메이션과 원작 만화의 배경이 된 미래 도시 건축물들이 유사한 형태의 실제 건축물 사진과 비교 전시됐습니다.

일본 만화와 건축의 관계를 살피는 기획도 흥미로웠지만 그런 시도가 일본이 아닌 독일에서 열렸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부러웠습니다.

1980년대 이후 일본 공상과학만화는 196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메타볼리즘(metabolism·물질대사) 건축’을 배경 공간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메타볼리즘 건축은 유기체가 생장하듯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현대 도시의 경향을 반영한 개념입니다. 사회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생명체의 성장 과정과 비슷하게 부분적으로 조금씩 개조되면서 규모가 커진다는 것이죠. 단게 겐조, 구로카와 기쇼, 이소자키 아라타 등이 이에 동의한 건축가들입니다.

아키라 원작 만화에 나온 첨탑을 가진 예배당 건물은 1964년 도쿄에 세워진 단게의 스포츠홀과 꼭 닮았습니다. 공각기동대의 배경에 보이는 사이보그 학교는 단게의 1967년작 야마나시 신문방송센터와 비교됐습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도쿄 제3지구’ 조감도 스케치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고 합니다. 에반게리온의 본부가 있는 제3지구는 평상시에 고층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현재의 도쿄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적기 ‘사도’의 공격이 있을 때는 모든 건물이 지하로 감쪽같이 사라지고 지면은 단단한 방어벽으로 뒤덮입니다.

12일 국내 개봉한 ‘애플시드-엑스 머시나’의 의회 건물 이미지도 전시됐습니다. 하지만 아라마키 신지 감독이 그려낸 미래 도시는 다른 작품에 비해 배경 건축물의 세련미가 많이 떨어집니다. ‘애플시드…’의 첫 전투가 벌어지는 건물은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과 흡사합니다. 의회 건물 곳곳에는 그리스 신전의 기둥이 들어갔습니다.

중세 고딕이나 고대 그리스 건축양식은 배경을 웅장하게 보이게 하는 손쉬운 장치입니다. 하지만 공각기동대 등에서 볼 수 있었던 디스토피아의 비장미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