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젊은 시, 쌉싸래하거나 뜨겁거나

  • 입력 2008년 5월 31일 02시 52분


◇너는 잘못 날아왔다/김성규 지음/128쪽·7000원·창비

◇검은 고양이 흰 개/곽은영 지음/160쪽·7000원·랜덤하우스코리아

시인으로서의 이력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김성규(31) 씨의 첫 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와 곽은영(33) 씨의 첫 시집 ‘검은 고양이 흰 개’. 모두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들이다.

‘하늘 한 귀퉁이가 무너지고 있었다//해송 몇 그루가/무너지는 하늘 쪽으로 팔다리를 허우적였다/그때마다 놀란 새의 울음소리가/ 바람에 실려왔다//너는 잘못 날아왔다/너는 잘못 날아왔다’(김성규, ‘불길한 노래’에서)

시인의 눈에는 세상이 왜 이렇게 암울해 보일까. 하늘이 무너진다. 해송의 움직임도 허우적거림으로 보인다. 놀라 울어대는 새는 이 세상에 ‘잘못 날아온 것이다’. 물 흐르듯 읽히는 시구들로 어둡고 쓸쓸한 세상을 무심하게 묘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불우한 여성성을 명랑한 시어로 치환시키는 곽은영 씨. ‘우리는 세상에서 더러운 관계가 되었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냥 정직하게, 더러운 관계//나는 당신의 엄마이고 누이이고 연인이자 친구’(곽은영, ‘달콤쌉쌀한 어둠’에서) 기이하게도 곽 씨의 시어가 ‘비릿하고 시원한 바람과 오만하게 놀았다’, ‘풍선을 잔뜩 단 당신의 가슴을 보내주었다’며 통통 튀어 오를수록 그 안에 담겨진, 언제나 중심에서 비켜설 수밖에 없는 여성성의 비극은 강렬해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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