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제2막]“癌이 창업 스승이었죠”

  • 입력 2007년 1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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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사장은 암을 극복한 경험을 사업에 접목해 건강식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안철민 기자
김현수 사장은 암을 극복한 경험을 사업에 접목해 건강식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안철민 기자
《“매일 건강 상식에 관해 책과 인터넷을 뒤져가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일과도 관련이 있지만 그런 정보라면 지역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유기농 건강식품 매장을 운영하는 김현수(48) 사장은 2005년까지 대기업 부장으로 일했다. 임원 승진을 꿈꾸며 격무를 마다하지 않던 그가 20여 년간 몸담아 온 회사를 그만둔 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 때문이다. 줄담배를 피우고 밤샘 근무를 이어온 그에게 병이 생기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김 사장은 2005년 6월 담관(膽管)암 판정을 받았다. 담관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통로다.》

회사의 건강검진 덕에 초기(2기)에 발견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 달 후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유증으로 3개월 동안 병상 신세를 져야 했다. 퇴원 후에도 항암치료와 적당한 운동을 병행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그는 건강을 위해서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좋다는 음식은 다 챙겨 먹으며 건강관리를 했다.

“영양학을 전공한 아내가 매일 좋은 음식을 챙겨 주며 관리한 덕에 증세가 빨리 좋아졌습니다. 1년쯤 지나자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서 검진만 받으면 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김 사장은 “예전에는 건강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병상에 있는 동안 자연스럽게 건강식품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병을 딛고 일어선 경험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없을까라는 구상을 하게 됐고 건강식품 사업에 대한 자료를 찾았다. 결국 유기농 건강식품 전문점을 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11월 고향인 인천에 가게를 얻었다. 매장 위치는 중산층이 많이 사는 곳이어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송도신도시로 정했다. 점포 구입비 5000만 원을 포함한 투자비 1억2800만 원은 퇴직금과 융자금으로 충당했다.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보다 더 좋은 홍보는 없다고 생각한 그는 틈나는 대로 건강식품과 건강상식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기로 했다. 바른 식단, 효소, 유기농 등의 자료를 도표로 정리해 보기 좋게 만들어 가고 있다. 본사로부터 매일 아침 온라인 교육도 받고 있다.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신뢰를 줍니다. 다행히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 주는 편입니다.”

개업 초기지만 하루 매출은 60만∼70만 원. 이 중 20%가 순이익이다. 대기업 부장시절보다는 적지만 만족스러운 편이다. 그는 “자리를 잡으면 하루 100만 원 매출도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인천=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단순 판매인 넘어선 카운슬러 역할 눈길

업종과 창업자의 궁합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장점을 살릴 업종을 택한 것이 김현수 사장의 성공 비결이다. 건강식품 및 유기농 제품 관련 사업은 일반 판매점과 달리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종이다.

기업의 관리자 생활을 통해 체득한 김 사장의 꼼꼼함은 건강관련 사업에 필요한 판매력과 고객관리 능력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상품과 건강에 대한 전문지식을 통해 단순한 판매자가 아닌 카운슬러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이 고객관리와 판매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경희·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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