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제2막]떡쌈삼겹살 음식점 창업 이경돈 씨

  • 입력 2006년 11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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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퇴직한 뒤 내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면 하루라도 일찍 창업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경기 고양시에서 삼겹살 전문 음식점 ‘떡쌈시대’를 운영하고 있는 이경돈(53) 사장은 2001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당시 나이는 48세였다. 대기업 부장으로 한창 열심히 일할 때였다. 동료와 친지들은 “애들 교육에 돈이 많이 들어갈 때인데 번듯한 회사를 왜 그만두느냐”고 만류했다.》

하지만 그의 결심은 단호했다. 이 사장은 “임원으로 승진해도 회사 생활을 오래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빨리 일을 찾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다른 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벤처 농업인 버섯 재배로 승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소득도 괜찮을 것 같았다. 경기 광주시의 버섯 시험장과 버섯 농가에서 1년 6개월 동안 재배 기술을 배우며 철저히 준비했다.

그러나 버섯이 고소득 작물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버섯 농가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창업을 준비하는 동안 버섯 가격은 절반으로 폭락했다.

이 사장은 이때 두 번째 결단을 내렸다. 버섯 사업 준비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웠지만 과감하게 다른 사업을 찾아보기로 한 것. 신문과 인터넷을 참고서 삼아 새로운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어느 날 집 근처에 삼겹살 집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삼겹살은 ‘서민형 외식’이라서 불황에도 손님이 있겠다고 생각했죠.”

물론 그는 무턱대고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의 치밀함과 꼼꼼함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 삼겹살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맛을 보고 서비스를 점검했다. 결국 얇게 민 떡에 삼겹살을 싸 먹는 ‘떡쌈삼겹살’이라는 독특한 메뉴에 마음이 끌렸다. 버섯 사업 준비에서 “누구나 하는 사업은 성공 가능성이 적다”는 교훈을 배운 덕이다.

그 다음엔 가게 터를 찾아 나섰다. 그는 “먹는 장사는 입지와 상권이 성공의 절반을 좌우한다고 들었다”며 “서울은 물론 경기 수원시, 안양시 평촌동, 고양시 등 수도권에서 가게를 열 만한 곳을 서른 군데 넘게 찾아다니며 조사했다”고 말했다.

‘목’이 좋으면 가게세가 비싸고 ‘값’이 맞으면 유동인구가 적었다. 일일이 발로 뛴 끝에 찾아낸 곳이 현재의 가게다. 이면도로 변이지만 인근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있고 사무실이 많아 홍보만 잘 되고 맛과 서비스만 좋다면 손님이 몰릴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고양시의 지하철역에 광고를 하고 전단지도 꾸준히 뿌리며 가게를 알렸다. 삼겹살뿐 아니라 김치말이국수, 김치찌개처럼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손님을 끌었다.

사업 초기에는 젊은이들에게까지 고개를 숙여야 하는 식당일에 적응이 되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이런 손님 덕에 가족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뒤로는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하게 됐다. 전업주부였던 부인(김현주·49)도 일을 거들었다.

기업체 부장 시절의 리더십 경험을 살려 종업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다 보니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좋아졌다. 2004년 문을 연 식당은 한 번 온 손님은 꼭 다시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저축과 퇴직금, 융자금으로 마련한 투자비는 1년여 만에 모두 회수했다. 현재 월매출은 5500만 원 이상. 이 가운데 28% 정도가 순수입으로 남는다. 이 사장은 “조직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없고 수입도 예전 직장보다 낫다”며 “요즘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경돈 사장의 창업비용(2004년 3월 창업/40평)

가맹비: 1000만 원

물품보증금: 200만 원

인테리어비: 5200만 원(평당 130만 원)

집기비품비: 4370만 원

초도상품비: 500만 원

점포구입비: 2억2000만 원(보증금, 권리금 포함)

창업자금 총계: 3억2270만 원

글=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차별화된 아이템, 호기심 유발 적중▼

이경돈 사장처럼 ‘두 번째 인생’을 위해 오랫동안 창업을 준비하다가도 주변 환경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여건이 나빠지자 버섯 재배 사업을 과감하게 포기한 이 사장의 판단력이 돋보였다.

이런 판단 뒤에 치밀하고 꼼꼼하게 다른 사업을 준비한 것이 이 사장의 첫 번째 성공 비결이다. 한 업소를 평일, 주말, 점심, 저녁 등 시간대를 나눠 방문해 매출을 예측해 보며 사업 감각을 익혔다.

두 번째로는 차별화된 아이템 선정. 떡에 삼겹살을 싸 먹는 메뉴는 인근 주민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셋째로는 대기업의 관리직 경험을 활용해 종업원들에게 공을 들인 것. 사업 초기부터 근무한 직원들이 계속 일하면서 서비스도 좋아지고 분위기도 좋아졌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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