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현장에서/서민들은 발동동… 정부는 태평무사

  • 입력 2006년 9월 21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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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들렀다가 해외출장 때문에 전세 계약을 미뤘던 손님이 어제 다시 왔는데 허탈한 표정으로 그냥 돌아가더군요.”

13일 기자가 찾아간 경기 용인시 성복동 S아파트 앞의 중개업소 사장은 전세금 얘기를 꺼내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는 “36평형 아파트 전세금이 한 달 사이에 1억2000만 원에서 1억4000만 원으로 2000만 원이나 올랐다”며 “전세금이 올라도 너무 오른다”고 혀를 찼다.

서울 강북권도 사정은 비슷했다.

마포구 도화동 H아파트 19평형은 8월에 1억2000만∼1억3000만 원이던 전세금이 한 달 사이에 1억3000만∼1억4000만 원으로 1000만 원 올랐다.

같은 구 서교동 D아파트도 27평형 전세금이 8월에는 1억3000만∼1억5000만 원이었지만 이달 들어 1000만 원이 뛰면서 1억4000만∼1억6000만 원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13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전세난 대책을 논의했다.

건설교통부는 이 자리에서 “지금의 전세난은 결혼, 가을 이사철 등 계절적이고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며 “10월부터는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과 시장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이현석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계절적인 요인으로 보기에는 전세금 상승률이 너무 높다”며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주택공급 물량이 계속 줄어든 데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많아 전세는 품귀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집을 장만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세입자들도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내 집 마련을 늦추고 전셋집에 눌러앉는 사례가 많다는 것.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전세난의 원인을 공급은 달리고 수요는 급증하는 ‘수급 불일치’에서 찾고 있다. 정부가 보는 것처럼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이 최근에는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이 강남 아파트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면 전세난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서민들을 보고도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상운 경제부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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