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 독자인권위 좌담]독자인권위 5년, 성과와 과제

  • 입력 2006년 3월 3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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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본사 14층 회의실에서 좌담을 하고 있는 독자인권위원들. 왼쪽부터 이지은 위원, 김일수 위원장, 최현희, 유의선 위원. 김미옥 기자
27일 오후 본사 14층 회의실에서 좌담을 하고 있는 독자인권위원들. 왼쪽부터 이지은 위원, 김일수 위원장, 최현희, 유의선 위원. 김미옥 기자
《동아일보가 독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신문 최초로 설치한 독자인권위원회가 4월 1일로 5주년을 맞는다. 그동안의 운영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바람직한 활동 방향을 모색해 보는 좌담을 마련했다. 김일수(고려대 법대 교수) 위원장과 유의선(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이지은(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 최현희(변호사) 위원이 모두 참석했다.

사회=육정수 본보 독자서비스센터장》

―우선 지난 5년간의 활동 내용을 평가해 주시지요. 본보 보도로 인해 권익을 침해당했다며 사후 구제를 신청한 사례가 많지 않았던 까닭에 좌담 위주로 운영해 왔습니다만….

▽김일수 위원장=여성이나 장애인, 외국인, 피의자 등 사회적 소수자 또는 약자와 개인의 사생활 침해 등 인권 문제를 치밀하게 조명해 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합니다. 모두가 돌을 던질 때 함께 돌을 들기는 쉽지만, 인권적 차원에서 그들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를 제시한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 전체의 큰 바람에 휩쓸려 가기보다 이 바람을 거슬러서 무엇이 진실인지 따져 보는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해 왔다고 봅니다.

▽최현희 위원=독자의 인권 문제에 5년 동안이나 꾸준히 지면을 할애해 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정도(正道)를 걷는 언론과 흥미 위주로 가는 언론은 마치 뉴스와 개그가 다른 것처럼 차이가 있습니다. 대체로 개그는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뉴스나 보도성 프로그램에서 같은 방식으로 다룬다면 인권 침해가 우려되겠지요.

▽유의선 위원=이벤트성이라든지 모양새 갖추기로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언론 전반의 품격을 개선하려고 노력해 왔다는 점에서 독자인권위가 갖는 상징적 의미는 큽니다. 아직도 인터넷 매체를 검색하다 보면 누리꾼들의 인권 의식이나 지적 수준이 요구하는 양질의 기사를 제공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대목이 많은 실정입니다. 좀 더 과감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적극적인 운동으로 방향을 유도하는 역할을 독자인권위가 담당했으면 합니다.

▽이지은 위원=독자인권위가 신문의 품격을 높이고 독자의 인권을 개선해 가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 독자와의 소중한 통로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때로는 신문과 독자가 서로를 긴장시켜 수준을 높이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독자인권위 활동이 동아일보 내부, 더 나아가 언론 전체에 얼마나 공감과 자극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앞섭니다.

―6년째인 올해 독자인권위 활동의 바람직한 방향이나 과제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김 위원장=독자와 독자인권위의 간극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가상의 독자를 대상으로 논의하다 보니 현실의 독자에게 얼마나 진솔하게 다가섰는가 하는 반성도 생깁니다. 지난 1년간 독자가 직접 독자인권위에 반론권을 제기하거나 정정을 요청한 사례가 없었으니 가상의 논의만 있었을 뿐 현실의 메아리는 없었던 셈이지요. ‘시민 없는 시민단체’를 비판하면서 시민을 찾아가는 시민단체를 절실히 요구하듯이 신문 역시 현실의 독자를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일 때 이 간극은 좁혀지지 않을까요.

▽유 위원=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당위론에만 머물고 현실적인 문제가 사라지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이론 중심의 강의에서 벗어나 사례 위주로 접근하고 진행하면서 접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독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실에 바탕을 두고 당위성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독자의 참여를 유도할 묘안을 짜야겠지요.

▽이 위원=과거 ‘우 조교 성희롱 사건’에서 보듯 피해자의 성(姓)을 따서 사건 이름을 붙이는 것은 또 하나의 성희롱입니다. 가해자 중심으로 ‘신 교수 성희롱 사건’이라 불러야 옳았다고 생각해요. 최근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도 한참 지나서야 ‘최 의원 강제추행 사건’으로 바뀌는 보도 양상을 보였습니다. 기자들의 세심한 인권 감각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최 위원=지난달 ‘성범죄 보도’ 관련 좌담 때 성문제 상담 전문가를 초빙해 좌담의 전문성을 높인 것처럼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독자의 주목도를 높이고 논의의 깊이도 더하는 방법을 자주 활용했으면 합니다. 토론 주제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를 모셔서 살아 있는 독자의 목소리를 들어 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 같아요.

▽김 위원장=올해는 지방선거가 있고 대통령선거 전초전이 열린다는 점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예년에 비해 높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의 의식이나 언어 관행 등이 빚어내는 반인권적 행태들도 유의해 봤으면 합니다. 그것들을 보도하면서 자칫 신문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독자들의 마음을 직간접적으로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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