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시험날, 갓난 동생 봐주실 분? ‘천국의 아이들2’

  • 입력 2005년 11월 1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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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한 동심을 그린 ‘천국의 아이들2’. 사진 제공 프리비젼
천진한 동심을 그린 ‘천국의 아이들2’. 사진 제공 프리비젼
신발 한 켤레는 잃어버리고 남은 신발 하나를 번갈아 신고 정신없이 달려가던 오누이의 모습을 기억하는지.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기억하는 한국 관객들에게 4년 만에 새로운 선물이 도착했다. 바로 ‘천국의 아이들2-시험 보는 날’(감독 골람 레자 라메자니). 주인공은 달라졌지만 이번에도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남매가 숨이 턱에 닿게 뛰어다닌다.

똘망똘망한 열두 살 소녀 하야트는 부모와 두 동생과 함께 이란의 작은 마을에 산다. 전교 1등을 도맡아 온 하야트가 1년 동안 준비해 온 중학교 입학시험을 보러 가는 날. 하필이면 그날 아침, 아빠가 쓰러진다. 엄마는 아빠와 함께 병원에 가고 철부지 남동생 아크바르와 갓난 동생, 젖소까지 돌보는 것은 온전히 하야트의 차지가 된다. 시험을 꼭 쳐야 한다는 일념으로 하야트는 온 동네 할머니와 아줌마들을 찾아다니며 아기를 잠시만 돌봐 달라고 사정해 보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일이 꼬여만 간다. 결국 시험 볼 시간을 넘기지만 하야트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란 시골 마을에서 촬영된 이 영화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그대로 주민으로 나온다. 가는귀가 먹어 하야트의 인사를 받고도 인사 안했다고 우기며 계속 야단만 치는 고집불통 할아버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기가 먹을 젖병을 쪽쪽 빨아먹고 있는 이웃집 할머니, “아저씨 몇 시예요?”라고 물으니 “어제 이 맘때∼!”라고 대답하는 아저씨…. 가난하지만 정겨운 마을 사람들은 주인공 오누이에 못지않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는 또 다른 주역들이다. 무엇보다 삶을 여유롭게 지켜보는 그들의 생활방식에서 감동이 전해진다.

시험은 쳐야겠고, 아기는 맡길 데가 없고, 발만 동동 구르는 하야트와 누나를 돕겠다고 나서지만 별 도움은 안 되고 소동만 일으키는 장난꾸러기 동생 아크바르. 두 남매의 따스한 정, 어린이들의 순수한 눈망울과 고운 마음은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그럼에도 전편의 얼개에 그대로 주인공과 상황만 바꿔놓은 듯한 어른들의 얄팍한 기획에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 듯하다. 17일 개봉. 전체 관람가.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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