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we)라는 말이 얼마나 좋은가. ‘나’는 이기적이기 쉽고 ‘너’는 무관심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우리’는 이런 위험성을 초월한다. 먼 산길을 너와 나, 우리가 함께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외환위기를 우리가 함께 해결했다는 일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이었는가. 우리는 보통 ‘내 나라’ ‘내 가족’ ‘내 아들’ ‘내 집’ 등 1인칭 단수 소유격 단어보다 ‘우리나라’ ‘우리 가족’ ‘우리 아들’ ‘우리 집’ 등 1인칭 복수 소유격 단어로 말하기를 더 좋아하지 않는가.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we)’를 ‘우리(pen)에 갇힌 우리(we)’로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도 승객들을 볼모로 조종사들이 파업을 하고, 사주들은 마치 자기 주머니의 돈이 나가는 것처럼 아까워 ‘남 줄 바에야 재나 뿌리겠다’는 식으로 버티고, 주민들은 자기 동네 가까이 납골당이 세워지면 보상을 받겠다고 일단은 반대 데모부터 해대고, 정치인들은 당선에 빨간 불이 켜지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음속 깊이 ‘우리’라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다. 이 좋은 우리(we)를 우리(pen)로 만들어야 하겠는가. 우리(pen)를 치지 않는 우리(we)가 진정한 우리(we)다.
정승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예손교회 담임목사·합동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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