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삶/고은주]산딸기 따먹는 애들처럼

  • 입력 2005년 6월 2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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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산에서의 만남이 제일 어려운 때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가운데 여름이다. 뚝뚝 떨어지는 더위와 사정없이 물어 대는 산모기들…. 그래도 아이들은 애벌레와 거미유충의 유혹에 빠져 한 걸음 한 걸음 산으로 든다.

숲 속 보물찾기 놀이를 마치고 약수터로 물 길러 간 아이들이 소식이 없다. 한참 후 입안 가득, 두 손 가득 산딸기를 가득 들고 나타났다. 산딸기나무에는 가시가 많다. 덤불처럼 얽힌 산딸기나무를 헤치며 열매를 땄을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붉게 익은 뱀딸기를 보고도 먹지 않던 아이들이 더 못생긴 산딸기를 잔뜩 들고 나타나다니, 그 맛을 금세 알아차렸나 보다. 한 녀석은 집으로 가져간다며 산딸기를 정성껏 나뭇잎으로 싸고, 어떤 아이는 가져온 물통을 비워 산딸기로 채운다.

시큼, 떫덜, 달콤….

곧 뽕나무의 오디도, 벚나무의 버찌도 아이들 차지가 될 것이 뻔하다. 난 욕심껏 산딸기를 따오는 아이들이 예쁘다. 산딸기를 따며 가시에 긁히고, 오디를 따느라 친구 등에 올라타기도 하고…. 그렇게 자연의 넉넉한 품속에 푹 빠진 아이들이 산딸기와 오디에 욕심을 좀 부려도 좋지 않을까.

다른 얘기를 잠깐 하면 나는 몇 달 전부터 집에서 지렁이를 키우고 있다. 식사를 하고 난 뒤 음식물이 남으면 노란색 음식물쓰레기봉투에 찌꺼기들을 분리해 버리는 것이 환경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양심이었다. 그러나 늘 불편했다. 그러다 기회가 되어 지렁이를 분양받았다. 우리 가족이 먹고 남긴 잔반과 과일껍질들을 지렁이들이 먹는다. 지렁이는 까맣고, 윤기 흐르는 똥을 눈다. 그 똥은 우리 집 화초들을 잘 자라게 한다. 지렁이의 똥을 보며 지렁이보다 몇백 배 더 많이 먹는 내가 내놓는 배설물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나는 자연의 순환에 동참하고 있는가” 하는….

우리는 우리가 취하는 것이 어디에서부터 오고, 또 어디로 가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이는 밥상에 밥이 오르기 전에 어떤 상태에서 누구의 노력으로 키워졌는지를 직접 보고 참여했다면, 밥을 먹는 아이들은 좀 더 감사한 마음으로 먹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비슷하다. 결과물만 알고, 죄책감 없이 마음껏 소비하고, 어디로 돌아가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의 생활이다. 자연의 커다란 순환구조에서 전체를 보지 못하고 한 부분만을 극대화해 순환의 고리를 끊어 놓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그 아름다운 순환을 몸으로 알고, 마음으로 이해하기를 바란다. 나무는 봄에 열심히 잎을 만들고, 예쁜 꽃을 피워 벌을 부르고, 절정의 시기에 열매를 맺는다. 우리는 그 열매를 먹어야 한다. 산딸기나무에서 산딸기 열매를 따먹는 것은 자연의 순환구조에 동참하고, 한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딸기를 계절에 상관없이 늘 먹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 상태에 있는 먹을거리를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자연 속에서 뛰어놀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고은주 성미산숲속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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