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차기 대통령 선호도

  • 입력 2005년 3월 31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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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에 한국을 이끌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명되는 정치인들은 과연 리더로서의 자질을 얼마나 갖추고 있을까. 또 그들 가운데 차기 대통령 후보감은 과연 누구일까. 동아일보는 창간 85주년을 맞아 일반 국민과 전문가 집단인 한국정치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고건(高建) 전 국무총리의 질주와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의 약진’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 1위로 꼽혀온 고 전 총리는 리더십의 5개 덕목에 관한 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 시장은 일반 국민보다는 정치학자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5개 덕목 종합 평가에선 2위였다.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는 대중적인 평가는 비교적 높았지만 정치학자들로부터는 상당히 낮은 평가를 받았다. 조사결과를 살펴본다.》

-일반국민

-정치학자

▼일반국민이 본 대통령감▼

“차기 대통령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 중 능력 혹은 역량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단연 고 전 총리의 압도적 우위로 나타났다.

고 전 총리는 국정관리능력(25.2%), 비전제시역량(20.0%), 전문성과 지적능력(25.2%), 국민통합능력(27.6%), 국제적 식견과 외교역량(22.7%) 등 5개 덕목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평균은 24.1%. 국민들은 그가 최고의 국정수행 능력을 갖춘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고 전 총리는 차기 대통령 후보감을 묻는 선호도 조사에서도 29.5%로 1위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각종 선호도 조사에서 고공행진을 이어온 그는 본보의 2월 19일 조사에서도 30.2%를 얻은 바 있다.

리더십 덕목 조사의 ‘종합 2위’는 평균 13.0%를 얻은 이 시장. 그는 국민통합능력(6.3%)은 별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비전제시역량(17.3%), 전문성과 지적능력(17.6%)에선 2위를 차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박 대표는 국정관리능력(14.4%)과 국민통합능력(13.7%)에서는 2위에 올랐으나 전문성과 지적능력 등 다른 덕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해 평균 11.6%로 ‘종합 3위’였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 후보감을 묻는 선호도 조사에선 박 대표가 15.7%의 지지율을 얻어 11.9%에 그친 이 시장을 제쳤다.

열린우리당 후보군은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리더십 덕목 조사에서 평균 10.0%, 차기 대통령 후보감 선호도 조사에서 10.8%를 얻어 각각 4위를 차지한 게 가장 좋은 기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정 장관은 국제적 식견과 외교역량 부문(13.3%)에서 2위를 차지했다.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과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는 리더십 덕목 조사에서 평균 1.6%를 얻는 데 그치는 등 의미 있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들은 대통령 후보감 선호도 조사에서도 각각 1.7%밖에 얻지 못했다. 결국 이 같은 선호도가 리더십 덕목 평가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응답자 중 열린우리당 지지층은 리더십 덕목 조사에서 고 전 총리(21.3%)와 정 장관(20.2%)에게 비슷한 지지를 보냈다. 한나라당 지지층은 고 전 총리(24.3%) 이 시장(20.6%) 박 대표(19.9%) 등의 순으로 지지했다.

▼정치학자가 본 대통령감▼

정치학자들은 리더십 덕목에서 이 시장을 상당히 높이 평가했다.

이 시장은 5개 리더십 덕목 중 전문성과 지적능력에서 30.7%로 1위를 차지했고, 국정관리능력(24.4%)과 비전제시역량(22.4%) 항목에서도 선두에 올랐다.

이는 실물경제 전문가로서의 이미지, 청계천 복원공사에서 보여준 추진력, 행정도시 건설 반대 등 정치적 행보에 대한 평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 시장은 그러나 국민통합능력(3.9%), 국제적 식견과 외교역량(5.9%)에서는 바닥을 기었다. 이 바람에 3개 항목에서 1위를 하고도 종합 평균은 17.5%로 고 전 총리(20.4%)에게 뒤졌다.

고 전 총리는 비전제시역량 항목에서 10.7%를 얻는 데 그쳤으나 국민통합능력(38.5%)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다른 항목에서도 고르게 지지를 받아 ‘종합 1위’로 평가됐다.

일반 국민 조사에서 최하위권을 맴돌았던 손 지사와 김 장관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도 흥미롭다.

손 지사는 국제적 식견과 외교역량(19.5%)에서 1위였고, 비전제시역량(10.7%), 전문성과 지적능력(12.2%)에서도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아 평균 10.9%로 ‘종합 3위’에 올랐다.

김 장관도 비전제시역량(15.1%), 국정관리능력(10.7%)을 인정받아 평균 8.2%로 ‘종합 4위’를 기록했다.

반면 박 대표는 조사에 응한 정치학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5개 리더십 덕목에 대한 평가가 평균 2.6%에 불과할 정도였다.

정 장관은 국제적 식견과 외교역량(12.7%)에서 3위를 기록했으나 평균은 6.7%에 그쳤다.

정치학자들의 차기 대통령 후보감 선호도도 일반 국민의 그것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시장과 고 전 총리가 각각 20.0%, 19.5%로 치열하게 선두를 다퉜다. 또 일반 국민 조사에서는 평가가 낮았던 김 장관이 11.7%, 손 지사가 7.8%로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말과 행동에 가장 신뢰가 가는 차기 지도자감’의 경우 일반 국민은 고 전 총리(30.3%) 박 대표(13.6%) 이 시장(8.8%) 정 장관(8.5%) 등을 꼽았으나, 정치학자들은 고 전 총리(21.5%) 김 장관(19.0%) 이 시장(14.1%) 박 대표(9.3%) 순으로 응답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2020년 지도자 덕목은…“한국위상 높여야”▼

이번 조사에선 2020년쯤 우리나라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는 누가 될 것으로 보는지도 물어봤다.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는 박진(朴振) 한나라당 의원, 정동영 통일부 장관, 원희룡(元喜龍) 한나라당 의원, 김두관(金斗官)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부겸(金富謙) 열린우리당 의원, 안철수(安哲秀) 전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임종석(任鍾晳) 열린우리당 의원 등의 이름이 복수로 나왔다.

또 박원순(朴元淳·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변호사, 천정배(千正培) 열린우리당 전 원내대표, 문학진(文學振) 열린우리당 의원, 윤송이 SK텔레콤 상무 등을 차세대 지도자로 꼽은 학자들도 있었다.

일반 국민 조사에서는 이들 외에도 유시민(柳時敏) 열린우리당 의원, 손석희(孫石熙) MBC 아나운서국 국장, 남경필(南景弼) 한나라당 의원, 송영길(宋永吉) 열린우리당 의원, 오세훈(吳世勳)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응답률이 낮아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한편 2020년 ‘차세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리더십 덕목으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국제적 식견과 외교역량’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복수 응답에서 일반 국민 52.5%, 정치학자 50.7%가 이를 꼽았다. 반면 국민통합능력은 일반 국민 29.1%, 정치학자 33.7%로 낮았다.

2007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은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감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리더십 덕목으로 일반 국민은 비전제시역량(44.6%), 정치학자는 국정관리능력(58.5%)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것과는 다른 결과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어떻게 조사했나▼

‘리더십’을 연구하고 있는 정치학자들과의 토론을 거쳐 리더의 자질을 측정하는 데 필요한 5개 덕목으로 △국정관리능력 △비전제시역량 △전문성과 지적능력 △국민통합능력 △국제적 식견과 외교역량을 선정했다. 리더의 자질을 다면평가하는 방식의 이 같은 여론조사는 한국 언론사상 처음이다.

이를 토대로 3월 22∼24일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일반 국민 1510명과 한국정치학회 회원 205명을 상대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해 주요 정치인의 자질을 덕목별로 평가하고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선호하는지를 물었다. 일반 국민의 경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일반 국민에게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주요 정치인 9명을 예시하되 다른 정치인도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게 했다. 전문성이 있는 정치학자들에겐 정치인 명단을 예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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