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공종식/경제학 박사 ‘귀하신 몸’

  • 입력 2004년 12월 19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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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이 줄어들거나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은 올라가고, 그 반대이면 가격이 내려간다.” 경제학의 기본이 되는 수요와 공급 법칙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경제학을 가르치는 경제학 교수들의 몸값에도 수요와 공급 법칙이 엄연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문에는 이런 기사들이 자주 보도됐습니다.

“○○대학 경제학과 교수 한 명을 모집하는 데에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등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10명 넘게 지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경제학박사의 몸값은 미국 유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더라도 학위 취득에 걸린 노력과 시간만큼 가치가 없었던 셈이지요.

그런데 요즘 경제학박사 몸값이 폭등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학박사 공급의 급격한 감소라고 합니다.

특히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경영학 전공자들이 잘 나가면서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들까지 경제학 전공을 포기하고 경영학석사(MBA)나 경영학박사 학위를 따는 쪽으로 진로를 많이 바꿨다고 합니다.

이처럼 몇 년 동안 경제학박사 공급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이제는 거꾸로 ‘경제학박사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있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은 아예 경제학박사 출신이 채워야 할 자리가 공석인 채로 남아있는 곳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합니다.

어떤 경제연구소는 능력을 갖춘 경제학박사 학위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자 원장이 경제학박사 학위 소지자를 찾기 위해 직접 미국 대학들을 순회하며 ‘경제학 박사 찾기’에 나섰다는 말도 들립니다. 경제학박사 학위 소지자들에 대한 대우도 상당히 좋아졌다는 후문입니다.

마치 정부 규제 등으로 주택건설이 줄어들면 몇 년 후 공급부족으로 주택가격이 폭등하듯이 경제학박사 공급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지속적으로 줄면서 이들의 몸값이 크게 오른 것입니다.

수요와 공급 법칙이 사람의 몸값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이지요. 독자 여러분이 몸을 담고 있는 직종의 향후 수요와 공급 전망은 어떤가요?

공종식 경제부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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