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월드워치]“램퍼트 K마트회장 또 사고쳤다”

  • 입력 2004년 11월 1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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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유통업계 덩치싸움’을 불러일으킨 에드워드 램퍼트 K마트 회장(42)은 승부를 즐기는 월가 출신이다. 하지만 그가 17일 118년 역사의 유통업체 시어스 로벅을 11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는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우선 K마트는 시어스에 비해 덩치가 훨씬 작다. 점포 1480개, 종업원 14만4000명인 K마트의 작년 매출은 171억달러. 점포 1970개에 종업원 25만명인 시어스의 작년 매출은 411억달러였다.

게다가 K마트는 적자에 허덕이다 2002년 1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부실기업 출신. 램퍼트 회장이 10억달러가 약간 안 되는 돈을 투입해 점포 3분의 1의 문을 닫는 자구노력 끝에 회생한 지 1년이 겨우 지났다.

이번 인수로 태어날 ‘시어스 홀딩스’는 미국 1위 유통업체 월마트, 2위 홈디포에 도전할 3위 수준이지만 그의 ‘도박’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이기도 한 월마트의 작년 매출액은 2560억달러에 이른다.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거액의 헤지펀드를 굴리기도 했고 대형 합병을 주도하기도 했던 램퍼트 회장은 “나는 불확실성에 익숙하다”고 말할 정도로 리스크를 즐긴다.

K마트를 인수해 1년 반 만에 주가를 15달러에서 100달러 선으로 끌어올린 램퍼트 회장의 경영솜씨를 지켜본 월가는 일단 그의 도박을 환영하고 있다.

10대 때부터 주식투자를 했고 예일대에서 훗날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토빈 교수 아래서 조교를 하기도 했던 램퍼트 회장은 골드만삭스에서 1987년 주가 대폭락 며칠 전 회사 주식투자를 3분의 1 줄이라고 제안해 유명해졌다.

26세에 2800만달러로 헤지펀드 회사를 차려 연평균수익률 29%를 냈고 부실기업을 회생시켜서 얻은 이익으로 사업을 키워가는 점에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을 빼닮아 ‘제2의 버핏’으로 불리기도 한다.

개인재산 20억달러로 미국 144위의 부호이다. 작년엔 4명의 권총강도에게 납치돼 500만달러를 요구받다가 이들을 설득해 몸값을 4만달러로 낮춰 놓고는 결국 범인들이 모두 체포되도록 해 화제가 됐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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