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이야기]의원들 건강관리실 이용목적 제각각

  • 입력 2004년 7월 21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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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알몸으로 뜨겁게’ 만나는 장소가 있다. 본회의장에서 격전이 벌어져도 이곳만은 예외다. 바로 ‘건강관리실’(일명 사우나)이다. 국회 의원회관 지하 2층에 있는 건강관리실은 용도가 다양하다.

열린우리당 임종인(林鍾仁),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대표적인 ‘몸짱형’이다. 사우나나 러닝머신보다는 상체 근육을 단련시키는 헬스기구를 주로 이용한다. 이들의 단단한 알몸을 본 의원들의 감탄사도 종종 들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강기정(姜琪正) 의원은 건강관리실의 오전 6시 개장시간에 맞춰 입장한다. 안산이 지역구인 천 대표와 광주가 지역구지만 서울 오피스텔에서 자취생활을 하는 강 의원은 이곳에서의 샤워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언제나 말쑥한 천 대표의 부스스한 얼굴을 목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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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경에는 의원들이 몰려든다. 이 시간대에는 열린우리당 유인태(柳寅泰) 민병두(閔丙두) 이원영(李源榮) 의원과 한나라당 정병국(鄭柄國) 의원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민, 이 의원은 러닝머신을 주로 이용한다. 곱슬머리에 숱도 많은 정 의원은 머리를 다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신기남 김영춘(金榮春)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오후파다. 세 사람 모두 애주가라는 것이 공통점. 의원회관에서 오수(午睡) 즐기기가 멋쩍은 중진들은 주로 오후에 들러 수면실을 애용한다.

건강관리실에는 모래가 담긴 사람 키만 한 오뚝이가 서있다. 발로 차고, 주먹으로 쳐도 다시 일어서기 때문에 몇몇 의원들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킥복싱’을 한다.

여성용 건강관리실도 5월에 오픈했다. 그러나 여성의원들은 주로 미용실만 찾는다. 친구와 공중목욕탕 가기를 꺼리는 여성 심리의 연장이다.

여야 의원 모두 16대 때보다 이곳을 찾는 재미가 줄었다고 말한다. 탕 속에 적나라하게 누워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동료들을 웃기며 분위기를 푸는 ‘재담(才談)가’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전 의원을 그리워하는 의원들이 많다. 옛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은 삭막한 현실의 또 다른 반영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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