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遷都와 언론개혁이 무슨 상관인가

  • 입력 2004년 6월 18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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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7일 국가균형발전 국정과제회의에서 “(수도 이전에 대한) 일부 언론의 앞선 보도는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며, 언론개혁 문제를 둘러싼 정서적 전선과 일치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언론개혁을 막기 위해 일부 언론이 수도 이전을 문제 삼아 자신과 정부를 부당하게 공격하고 있는 듯하다는 얘기였다.

대통령 인식이 이렇다면 심각하다. 우리는 언론개혁과 수도 이전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수도 이전의 절차와 내용에 허다한 문제점들이 드러나 이를 지적하고 더 늦기 전에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자는 것뿐이다. 이는 언론의 책무이자 기능이다. 대통령의 문법대로라면 수도 이전 찬성 보도를 해야 참언론인 셈이다.

문제의 행정수도특별법은 누가 봐도 졸속 처리됐다. 국회 차원의 공청회 한번 열리지 않았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 이토록 허술하게 처리됐고, 그것도 모자라 국민적 합의 없이 강행 추진되려는 데도 언론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사단이 난 것도 따지고 보면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이 9일 “입법부 사법부까지 가면 천도가 맞다”고 시인하면서부터다. 특별법은 입법, 사법부도 국회 동의를 얻어 옮길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국민 다수는 행정수도 이전으로만 알았던 게 사실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600년 만의 천도’가 되면서 재검토 여론이 일었고, 그것이 지금의 논쟁과 갈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일부 언론이 확대, 왜곡한 것이 결코 아니다.

대통령은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보수 언론’이 사사건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으로는 논란의 본질을 볼 수 없다. 언론의 비판을 몸에 좋은 쓴 약으로 알고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여유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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