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주희/용돈 통장에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 입력 2004년 5월 11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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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이건 한 달에 한 번이건 아이들에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 즉 용돈을 주는 가정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어려웠던 시절을 지나온 부모세대들 중에는 어렸을 때 이런 용돈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의 용돈 지도에 소홀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용돈을 주는 부모 마음에는 자녀가 경제관념을 익히고 돈을 적절히 분배해서 쓰는 능력을 길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를 통해 자녀들이 자기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학습하는 효과도 얻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한 주 또는 한 달의 기간 동안 용돈을 계획적으로 쓰지 못하고 돈을 받으면 일단 다 써버린 뒤 나중에 다시 손을 벌리기 일쑤다.

필자는 올해 초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인 두 아이에게 은행통장과 현금카드를 만들어 줬다. 통장을 주면서 계획적으로 용돈을 쓰라는 취지라고 설명해줬더니 아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돈을 입출금하게 된 사실에 무척 기뻐했다. 그 전에도 아이 이름으로 된 통장이 있었지만 자동 입금되는 적금 형태라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없었다.

매달 1일 통장에 용돈을 입금해준다. 아이들은 통장 조회를 통해 입금액을 확인하기도 하고 계좌에 남은 금액을 서로 비교하기도 하는 등 은행 잔고 관리에 열심이다. 말일까지 돈이 제법 남아 있으면 꽤나 뿌듯해한다. 한꺼번에 용돈을 써버리고 다시 손을 벌리던 버릇은 이제 사라졌다.

요즘 아이들은 가능하면 자신들 용돈은 가급적 안 쓰고 간간이 친척들이 주는 가욋돈으로 최소한의 물품을 사는 등 ‘내핍 생활’을 한다. 때로는 “돈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아이들이 돈의 흐름을 조절할 줄 알게 된 것 같아 대견스럽다.

이주희 논술강사·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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