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공주병 추녀의 행복한 착각…‘미녀는 못말려’

  • 입력 2004년 3월 15일 2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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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유미코의 ‘미녀는 못 말려’의 주인공 ‘리리’(왼쪽)는 얼굴이 ‘메기’라고 불릴 정도로 못생겼지만 스스로 예쁘다고 믿고 산다. 오른쪽은 리리의 친구이자 진짜 미인인 ‘안나’. 그림제공 서울문화사
스즈키 유미코의 ‘미녀는 못 말려’의 주인공 ‘리리’(왼쪽)는 얼굴이 ‘메기’라고 불릴 정도로 못생겼지만 스스로 예쁘다고 믿고 산다. 오른쪽은 리리의 친구이자 진짜 미인인 ‘안나’. 그림제공 서울문화사
‘얼짱’ ‘몸짱’이 우상이 되고 성형수술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풍조가 퍼지고 있다. 이런 세태 속에서 못생긴 여자가 행복해지려면?

외모에 대한 편견을 꼬집어온 만화가 스즈키 유미코는 신작 ‘미녀는 못말려’(서울문화사)에서 ‘자신감 넘치는 추녀’ 이야기를 코믹 터치로 펼친다.

주인공 ‘리리’의 몸매는 슈퍼 모델급이나 얼굴은 다른 사람들이 ‘메기’라고 부를 정도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미녀라고 생각하며 친구의 애인 교타로 등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민한다. 교타로가 자기 얼굴 뒤에 있는 TV를 보고 있는데도 자신을 쳐다본다고 오해하고, 남자끼리 장난삼아 서로 때리는 것을 보고 “제발 나 때문에 싸우지 마!”라고 말한다. 자신에 대한 조롱도 모두 ‘사랑과 동경’으로 해석하며 당당하게 활보한다.

이 만화의 에피소드들은 매번 같은 방식으로 시작한다. 리리의 친구인 ‘진짜 미녀’ 안나를 보여주며 “그녀의 이름은 사이온지 안나. 자타가 공인하는 미인이지만 주인공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그 다음에는 리리의 못생긴 얼굴을 보여주고 “그렇다. 이 폭(탄)… 모모야마 리리가 주인공이다”고 말한다. 에피소드마다 추녀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되풀이해서 강조하는 셈이다.

스즈키는 이전 작품 ‘미녀는 괴로워’ ‘오! 필승 바바라’에서도 외모와 자신감의 상관관계를 다뤘다.

‘미녀는 괴로워’는 못생긴 사람들의 설움을 표현해 1999년 한국 출간 때 인기를 모았다. 이 만화의 주인공 칸나는 못생기고 뚱뚱하지만 전신 성형수술로 미녀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문제는 얼굴이 예뻐졌다고 해서 오랜 ‘뚱녀 시절’의 자괴감이 금새 극복되지는 않는다는 것. 남자들이 구름처럼 몰려와도 ‘내가 뚱뚱하다고 놀리려는 거야’라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도망치기도 한다.

‘미녀는 못말려’의 리리는 이런 칸나에 비해 외모에 더욱 당당하다. 칸나는 성형수술을 받았지만 리리는 그러지 않고도 자신감이 넘친다. 작가 스즈키는 성형수술이 결코 외모 콤플렉스에 대한 치료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오히려 리리에 ‘공주병’적인 캐릭터를 덧붙여 외모지상주의를 조롱한다. 리리는 교타로가 자신을 떼어버리려고 “난 얼굴을 많이 따져”라고 말해도 이를 ‘전격 고백’으로 받아들이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작가는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리리의 입을 통해 “못생겼으면 불행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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