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박승정/심장을 늙지않게 하려면…

  • 입력 2003년 9월 29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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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 깨나 쉬지 않고 박동하는 튼튼한 근육덩어리인 심장. 심장은 뇌가 죽어도 혼자 살아서 뛸 수 있는, 그야말로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다.

산업 문명이 고도화되면서 심장병은 선진국에서는 사망원인 1위의 자리를 차지해 왔다. 한국에서는 아직은 암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관상동맥질환인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뇌중풍과 같은 혈관질환도 주요 사망원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은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부터 60대에 많이 생기고 일단 발생하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4만명 정도가 심장병으로 인해 돌연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협심증이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굵은 혈관인 관상동맥에 경화증이 생겨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를 말한다. 수도관이 노후하면 안에 찌꺼기가 생겨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탄력을 잃고 혈관 안쪽이 점점 좁아져 결국 혈액 속의 산소와 영양분이 심장근육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심장에 빈혈이 생기는 것이다.

협심증의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 통증이다. 서둘러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의 행동에 의해 생기는 것이 특징으로, 때로는 가슴이 짓눌리거나 터질 것 같고 고춧가루를 뿌린 것 같기도 하며 숨이 차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이를 방치하면 사망과 직결되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약물치료나 수술을 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수술 없이 좁아진 심장 혈관을 넓혀주는 그물망(Stent) 시술이 보편화돼 있다. 특히 재발을 줄일 수 있는 약물 코팅 그물망이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급성 심근경색증의 경우는 심장 혈관이 완전히 막혀 심장 근육이 죽어가게 되므로 적어도 증상 발생 12시간 내에 심장 혈관을 넓혀주는 그물망 시술을 해줘야 한다.

그러면 심장 혈관이 좁아지는 관상동맥질환의 예방은 가능한가? 관상동맥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이 동맥경화증이고 보면 질문은 다시 ‘동맥경화증을 피할 수 있는가’로 바뀌게 된다. 동맥경화증이 알려진 지는 10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빠르면 20대 초반부터 인체의 모든 혈관에서 생길 수 있으며, 특히 뇌혈관 심장혈관 대동맥 등에 주로 발생한다. 이는 혈관에 나타나는 노화현상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으며, 엄밀한 의미에서 완전한 예방이나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연령이라도 동맥경화증의 진행 정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혈관의 동맥경화증이 빨라 젊어서부터 협심증이나 관상동맥질환이 생기는 사람도 있지만 90세가 넘도록 건강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는 흡연,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당뇨, 비만, 운동부족 및 스트레스 등이 꼽히고 있다.

생리학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사람은 130년 정도는 무난히 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한 지금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75세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 스스로가 알게 모르게 수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이다. 몸에 좋다면 뱀이고 곰이고 다 잡아먹으면서도 중년 남성의 70%가 담배를 피우는 곳은 지구상에 한국과 일본뿐이라고 한다. 건강은 스스로가 자신을 해치지 않는 생활 습관에서 얻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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