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어준선/‘주 5일근무’ 44시간근로 유지를

  • 입력 2003년 8월 3일 18시 22분


코멘트
우리나라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한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이 1995년 이미 1만달러 선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어언 8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말았다. 지난날 보릿고개를 슬기롭게 탈출하면서 오늘의 산업을 건설한 것처럼 새로운 국민적 각오와 다짐으로 ‘2만달러 시대’를 하루빨리 달성하고자 하는 절박한 국민적 공감대를 일구어 나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화합을 중심으로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오래전부터 ‘주5일 근무제’로 지루한 줄다리기를 해 왔다. 정부나 노사 모두가 다 나름대로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동자 쪽에서는 재충전을 위한 충분한 휴식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주5일제’를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고 중국까지도 1995년에 도입했으며, 프랑스는 1998년 ‘주35시간 근무제’까지 도입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이 세계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사용자 쪽에서는 법정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것과 더불어 근로시간제도 전반에 걸친 개혁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향으로 ‘주5일제’ 도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한다. 기존의 휴일제도를 그대로 두고 ‘주5일제’가 도입될 경우 연간 휴일 총수는 153∼163일로 늘어나 선진국인 미국(142일), 일본(129∼139일), 영국(132∼137일), 프랑스(145일)보다 더 많이 쉬는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5일제’란 큰 방향에는 노사간 이견이 별로 없어 보인다. 단지 선행조건들의 쟁점이 그리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2만달러 시대’ 진입을 목표로 하는 절박한 시점에서 서로 팽팽하게 맞서면서 시간만 낭비할 게 아니다.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는 20개국의 평균 진입기간은 9.4년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과연 언제쯤 2만달러대에 진입할 수 있을까.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예측한 자료를 보면 열심히 해야 15년 걸린다는 것이다. 국민 모두의 절박한 각오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주5일제’를 놓고 서로 줄다리기식으로 정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그 선행조건들을 잠시 뒤로 미루고 계속 절충하면서 현행 주44시간으로 주5일 근무를 시행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주5일제’의 선행조건들에 대한 쟁점들은 시간을 갖고 좀 더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하고, 현행 노동시간으로서 ‘주5일제’를 시행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점진적으로 기업 형편에 따라 시행하면서 2만달러에 접근할 때 지금의 선행조건들을 선진국형으로 접근시켜 가는 방법은 어떨까.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노사간의 주장만을 단순하게 조정해 무리하게 시행하려 할 것이 아니라,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새 경제 모델을 짜면서 노사가 하나 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의 소득은 1만달러이면서 생활환경과 욕구는 이미 2만달러 수준에 젖어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모두 2만달러 시대를 향해 새로운 각오로 새 출발을 해야 한다.

김경미기자 couple6@donga.com

어준선 안국약품㈜ 회장·전 국회의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