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행우/'바이오 산업' 틈새분야 키워야

  • 입력 2003년 2월 16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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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세상은 역사상 최대, 최후의 기술혁명인 바이오테크(BT) 혁명이 인간의 삶과 복지 건강을 근본적으로 변모시키는 ‘바이오 이코노미(Bio-Economy)’ 시대가 될 것이다. 바이오산업의 미래가 밝고 엄청난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며, 바이오산업이 발전한 나라가 21세기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21세기의 모든 기업은 바이오 제품이나 공정에 어떤 형태로든 의존하게 될 것이며, 생명공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늘날의 컴맹처럼 경쟁에서 앞설 수 없게 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미래 산업기술의 총체적 집합체로서 ‘바이오 클러스터’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미국이 연간 100억달러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바이오테크 분야에 투입하고 있고, 소프트웨어와 통신기술에서 세계 최고로 꼽혀온 이스라엘이 재빠르게 BT강국으로 변신을 꾀하면서 대학의 연구기금 중 40∼50%를 바이오쪽에 집중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세계 각국에서는 바이오테크에 대한 기술과 시장 선점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육성책을 펴는 데 비해 생명공학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책은 미흡하다. 한국에서도 정책의 일관성 없이 시장을 부풀리거나 선진정책을 그대로 따르려는 열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첨단기술이 적용되는 산업분야에서 2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 이뤄놓은 여러 생명공학기술을 답습해 아시아 최초, 또는 세계 몇 번째를 외치는 것은 기반기술 확립 이외에는 의미가 없다.

전체적인 격차가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에서도 특정 부문에서는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통해 적은 투자비용으로도 얼마든지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산업분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필자의 주 연구분야인 천연물 소재의 경우도 그렇다. 미국에서 지난해 천연약초 등을 이용한 건강보조식품 시장 규모가 무려 72조원에 이르렀다. 천연물 중심의 대체의학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육성한 결과다. 신약 개발의 어려움과 신약이 갖고 있는 각종 부작용 때문에 미국에서의 천연약초시장은 신약시장 못지않은 규모로 성장한 지 오래다.

한국은 각종 해양식물이나 약초를 이용한 임상 경험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산업화의 길은 멀기만 하다. 일찌감치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별도의 법을 마련해 시장을 조성하고 정부 주도로 천연 소재들에 대한 연구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관련 분야의 지원책이 전무하다. 국내 법규상으로 바이오기술로 개발된 천연소재가 식품도 아니고 의약품도 아닌 어정쩡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 역시 국가의 관심도를 보여준다.

이제 우리도 한국 BT산업의 도약을 위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술과 상품 개발에 기업과 정부가 공동작전을 펼칠 때다. 기업은 기업끼리 기술을 서로 주고받으며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며, 정부는 선진국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틈새 분야를 개척하는 바이오 벤처업체를 우선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행우 벤트리(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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