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신연수/"한국 구조조정 노하우 배우자"

  • 입력 2003년 2월 16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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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경기 침체 속에서 경제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엔 한국의 구조조정을 배우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었습니다.

일본 NHK는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한 특집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일본 언론들은 그동안에도 한국의 구조조정 사례를 간간이 다뤄왔으나 이번에는 대대적인 시리즈를 할 예정이랍니다. 제일은행 매각 등 금융권과 기업들의 외자유치 및 구조조정 현황과 비결을 다룬답니다. 사실 일본은 몇 년 동안 구조조정을 추진해왔지만 계속 지지부진했습니다. 일본은 정부나 기업이나 관료주의와 기득권자의 힘이 너무 커서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재작년 줄줄이 적자를 본 마쓰시타, 도시바 등 전자업체들은 견디다 못해 작년에 기업당 1만5000∼2만명씩 인력을 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알고 보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이 일본 주재 한국 기업인들의 얘기입니다. 회사를 나간 사람들은 대부분 자회사로 가며, 말이 2만명이지 고임금의 고위직들은 자르지 않고 입사한 지 몇 년 안된 평사원들만 잘라서 숫자만 맞춘다는 겁니다. 따라서 “일본의 구조조정은 아직도 멀었다”는 것이 주재원들의 한결같은 얘기였습니다.

기업인들이 일본 사회의 정체(停滯)와 비효율을 얘기할 때 흔히 드는 예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한 해에 골프장이 몇 개씩 부도가 나는데 골프협회의 조직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본인들로서는 변신에 빠른 한국이 경이로울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현대의 대북 송금 문제가 불거진 것을 보고 일본인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한국도 아직 멀었다”고 할까요? NHK는 방송을 하려다가 잠시 미룰까요?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그냥 시작할까요?

신연수 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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