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뮤지컬 '캣츠' 개성넘치는 노래와 춤

  • 입력 2003년 2월 4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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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개에 대한 ‘편애’가 심한 우리 사회지만 무대 위를 뒹구는 ‘고양이들’에 대한 사랑만큼은 세계 어느 국가 못지않게 뜨겁다.

지난달 29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캣츠(Cats)’ 내한 공연이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다.

번쩍이는 조명이 켜지면 1, 2층 객석 통로 사이사이에서 십여마리의 고양이들이 스르륵 기어나와 하나둘씩 무대로 뛰어 오른다. 1년에 한번,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젤리클 고양이’를 뽑는 젤리클 축제와 함께 ‘캣츠’는 시작된다.

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거, 부자 고양이 버스토퍼, 재미있는 고양이 제니애니도츠, 하얀고양이 빅토리아…. 개성 뚜렷한 고양이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크다.

이번에 내한한 공연팀은 해외 공연만을 위해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배우들로 새롭게 구성된 ‘캣츠 인터내셔널 투어팀’. 브로드웨이 공연과 비교해 수준이 떨어지지 않을까 했던 당초 우려를 씻고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에피소드마다 각각 고양이의 개성을 살린 노래와 춤, 그리고 고양이들의 군무로 이루어진 1막이 다소 단조롭지만 세트의 변화와 극 중 극 형식의 연극 등 볼거리가 훨씬 많다. 공연 시간은 2시간 40분.

다만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하나씩 설치된 영어대사의 번역 자막은 세로쓰기로 처리된 데다 위치가 너무 높아 자막을 읽다보면 무대의 볼거리를 놓치는 불편함이 있다. 스토리나 대사가 중요한 뮤지컬은 아닌 만큼 차라리 자막을 포기하고 무대에 몰두하는 편이 낫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아쉬운 캐릭터는 매혹적인 고양이로 나오는 그리자벨라다. 캣츠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명곡 ‘메모리(Memory)’를 부르는 고양이. 하지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부른 감미롭고 맑은 목소리의 메모리에 익숙한 관객에게 그리자벨라의 노래는 다소 낯설다. ‘터치 미∼’로 시작되는 이 곡의 후반부에서는 파워풀한 가창력을 선보이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오히려 공연마다 관객들에게 가장 큰 박수와 환호를 받는 고양이는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와 수고양이 럼 텀 터거였다.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는 2막에 등장해 14회전을 하는 멋진 춤솜씨로, 럼 텀 터거는 멋진 쇼맨십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막과 2막 휴식시간에 객석 통로를 휘젓고 다니는 고양이들을 쓰다듬어주며 가까이에서 고양이 분장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공연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뮤지컬 ‘캣츠’는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각각 최장기 공연기록을 세우며 18년과 21년이라는 긴 수명을 마쳤지만 그 인기는 쉽게 죽지 않고 생명을 오랫동안 이어갈 만하다.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서양 속담도 있지 않은가!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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