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태교/"냉온탕 오가는 부동산정책 그만"

  • 입력 2003년 1월 16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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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로 유력시되는 충남북의 일부지역에 투기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행정수도는 계획초기부터 치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과거의 남서울 개발이나 일산 분당 신도시 건설 때처럼 많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역대 정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부동산정책에서 몇 가지 공통적인 실패를 거듭해왔음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한결같이 장기 마스터플랜 없이 정책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부동산경기가 과열되어 투기가 발생해 사회문제로 번지면 그때마다 대증요법으로 화급하게 대책을 수립해서 밀어붙이는 식이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부동산 경기는 과열 아니면 장기침체라는 냉온탕식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둘째, 부동산투기가 발생하면 이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그때마다 새로운 제도, 법률, 신도시 등 부산물이 양산되었다. 1978년 양도소득세, 토지거래허가제, 신고제와 1989년 분당 일산 등 신도시 건설, 토지공개념 제도 도입 등이 그런 예들이다.

셋째, 정부는 부동산정책을 그 고유의 목적보다는 경기 조절수단으로 이용해왔다. 경기가 후퇴하면 부동산세제를 비롯한 각종 정책수단을 점진적으로 풀고, 경기호황의 조짐이 나타나면 규제를 강화하고 조여왔다. 부동산정책은 경제정책의 하수인 역을 해온 셈이다.

넷째,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부서가 모호해 항상 정책수행의 타이밍을 놓쳤고, 사후약방문식 땜질 행정으로 일관해왔다. 형식상으로는 건설교통부가 책임 부서로 되어 있으나 부동산정책 수단으로 가장 중요한 세무 금융 부문은 재경부와 국세청의 소관으로 권한과 책임이 분산되어 있어 정책의 실효를 거둘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부동산투기가 발생하면 각 부처는 국가경제의 장래보다는 자신들의 보신과 면책을 위해 앞다투어 초강력 억제수단을 총동원, 하루아침에 부동산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정책수행 방법은 많은 부작용을 가져왔다. 우선 서민들이 성실하게 저축해서 겨우 주택자금을 마련할 즈음 투기가 발생, 부동산가격이 급등함으로써 내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했다. 한편 부동산개발 공급업체들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그 결과 부동산시장은 바람직한 안정시장이 형성될 수 없었으며 언제나 상향시장이 아니면 하향시장의 양태를 나타냈다. 즉, 부동산의 공급부족→가격상승→경기과열→투기발생→초강력 투기억제 조치→경기후퇴→장기침체→공급부족에서 다시 가격상승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미국이 1980년대에 10년간, 일본이 현재 10년 이상 불황의 터널에서 헤매고 있는 것도 정부가 기업과 개인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지나치게 자금을 많이 대출한 부동산정책의 실패에서 연유된 것이다.

그러므로 노무현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 계획 시행에 즈음해 기존의 부동산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서 바람직한 새로운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부동산은 우리나라 국부(國富)의 4분의 3을 차지할 뿐 아니라 부동산 관련 산업은 전체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태교 국제정공 회장·전 한성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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