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허원기/교육감 주민 직선제로 뽑자

  • 입력 2002년 10월 9일 18시 45분


교육을 흔히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표현해 그 중요성을 말로는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방교육 자치제도가 1991년 출범한 이래 10여년이 지나고 있음에도 그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는 그 제도가 안고 있는 모순 때문일 것이다.

교육자치제의 법적 기반은 헌법 31조와 교육법 14조다. 헌법 31조에서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또 교육법 1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의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민의에 따라 각기 실정에 맞춰 교육행정을 위한 적절한 기구와 시책을 수립·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그 하위법인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위원회가 심의·의결한 조례안이나 예·결산안은 물론 특별부과금과 사용료 등 부과와 징수에 관한 사항을 시·도 의회에 제출해 상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교육위원회와 시·도의회가 이중으로 감시하고 있어 행정력이 낭비되고 정책 집행의 시의성(時宜性)이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자율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일이다.

선거인단이 학교운영위원들로 구성된 현행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법이 지니고 있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무엇보다 학교운영위원(학교별 15명 이내)들에 의한 간접선거 방식은 민의를 대변할 수 없다. 교육감이나 교육위원 입후보 예정자들이 자기사람을 심기 위해 학연 지연 혈연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당인이나 장학직 연구직 공무원, 심지어 학교관련 업체 대표나 간부들, 교원단체, 시민단체 등이 의도적으로 학교운영위원에 참여하는 등 선거인단 역할에 비중을 두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득표활동은 음성적 불법 선거 운동의 빌미마저 제공하고 있다.

또한 현행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법은 선거운동 기간이 10일 정도로 짧은 데다 투표권자의 20∼30% 정도가 참여하는 합동 소견발표회는 1∼2회, 언론사 등이 주관하는 토론회는 1∼2회 정도밖에 허용되지 않는다. 후보들의 능력과 자격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볼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간 실시된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에서는 학교 단위로 교장이나 교원들이 학부모위원과 지역위원들의 생각을 좌지우지하거나, 지역별 학운위 협의회장과 임원들의 선동에 따라 표의 향방이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작 학식과 덕망이 앞서면서 경영 능력을 가진 후보들은 외면당했다.

이제 명실공히 교육자치의 목적인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려면, 교육의 실제 수혜자인 학부모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직선제로 교육감이나 교육위원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감의 위상도 바르게 정립되고, 교육위원회도 독립형 의결기구로 기능할 수 있는 명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허원기 인천시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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