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어느 CEO의 사람관리 능력

  • 입력 2002년 10월 6일 17시 44분


기업가들에게 “기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은 “사람”이라고 대답합니다.

팬택의 대표이사 박병엽 부회장(40)은 그런 면에서 참 타고난 CEO 중의 한 명일 겁니다.

팬택은 최근 ‘홍보계의 거물’인 대우건설출신의 장상인 전무(53)와 데이콤출신의 노순석 상무를 기획홍보 담당 임원으로 전격 영입해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는데요, 최근 두 분과 식사를 하면서 박 부회장의 ‘사람관리’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대우건설 전무로 근무하던 장 전무에게 모 헤드헌터 회사가 팬택 근무를 제의했습니다.

‘산 하나를 밀어내고 건물을 들여앉히는 일’을 하는 장 전무에게 휴대전화를 만드는 팬택은 조그만 중소업체 중 하나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박 부회장은 장 전무를 처음 만난 날 회사 현황과 비전을 꼼꼼하게 설명한 뒤 “회사를 부탁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는 말을 남기고 일어서는 장 전무에게 박 부회장은 악수를 하면서 이랬습니다.

“전무님, 참으로 잘하신 선택입니다. 함께 일하게 돼서 정말이지 너무 너무 기쁩니다.” 벌써 자기 사람이 된 듯이 대하더라는 것입니다.

그 뒤 다시 만나 헤어질 때 박 부회장은 장 전무에게 200만원을 건넸습니다.

“전무님이 떠나면 같이 일하던 직원들이 섭섭해할 겁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비서나 운전사 등 모든 직원에게 조그만 선물이라도 하나씩 드리세요.”

이 순간 장 전무는 ‘나이는 비록 나보다 어리지만 이 사람이 정말 거인(巨人)이구나.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훔치는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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