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하임숙/공학도들의 씁쓸한 현실

  • 입력 2002년 10월 6일 17시 44분


최근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부문 사장과 만찬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황 사장은 이른바 ‘황의 법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법칙은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최대 수요처는 PC가 아니라 정보기기이며 칩의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로 향상되지 않고(무어의 법칙) 시황과 관계없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지요. 그는 이 같은 지론을 다시 피력하면서 실제로 세계 최대 휴대전화 업체인 노키아에 대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로 삼성전자가 1위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노키아와 경쟁관계인 이기태 정보통신부문 사장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는데요.

그는 최근 삼성전자 사장단과 함께 서울대에서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강의한 적이 있답니다.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요즘 하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게 황 사장의 진단입니다. 앞줄에 나란히 앉은 여학생 4명은 황 사장이 1시간쯤 강연한 뒤 “10분간 쉴까요” 하는 물음에 “아니요”라고 답하기도 했다네요. 그래서 2시간 풀타임으로 강연했지만 해놓고도 기분 좋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슴이 약간 아팠던 점은 수강생 가운데 한 학생은 공학을 전공하고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입니다. 산업 현장을 지켜야 할 공학도가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는 데 대한 안타까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연봉이 엔지니어보다 2배가 넘는다니….

저는 황 사장의 연봉만 공개된다면 이공계 기피현상이 당장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본인이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황 사장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스탠퍼드대 연구소 등에서 경력을 쌓은 고급두뇌이기도 하지요.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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