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군대는 남자스타의 무덤인가

  • 입력 2002년 8월 26일 17시 30분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이 진위 여부를 가리기 보다 정치권의 지루한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예가에서도 병역은 민감한 이슈다. 한창 나이에 군대에 가면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사랑일 뿐이야’라는 노래로 대박을 터트렸던 가수 김민우는 후속곡으로 ‘입영 열차 안에서’를 히트시키자마자 수많은 팬들을 놔두고 실제로 입영열차를 타야 했고, 제대 후 다시 음반을 발표했지만 이미 대중들에게서 멀어져버린 뒤였다.

그 노래를 작곡했던 윤상도 작곡가 겸 가수로 많은 사랑을 받다가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했고, 이제는 가수는 접은 채 작곡가와 음반 프로듀서로만 활동하고 있다. 아직 군 복무중인 탤런트 이훈과 개그맨 서경석도 제대 뒤 인기는 미지수다. 이처럼 군 복무는 남자 연예인들에겐 넘어야 할 산이나 마찬가지. 이들은 특혜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안재욱이나 정준호처럼 연예인이 되기 전 일찌감치 군대에 갔다 오거나, 차인표나 이병헌처럼 확실하게 배우로서 자리 매김을 하고난 뒤 입대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중들이 그들의 제대와 연예계 컴백을 기다려주기 때문에 스타로서의 인생에는 큰 지장이 없다.

박중훈이나 장동건처럼 정당한 사유로 인해 군 복무를 면제 받은 스타들의 경우는 언뜻 행운아처럼 보이나 사실 그들에게도 약점은 있다. ROTC 장교 출신인 안성기에서부터 군악대 드러머 출신인 정준호, 18개월 단기 사병(본인들의 주장으로는 전투 방위) 출신인 김승우와 이정재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입에 거품을 무는데, 속칭 ‘신의 아들’이라는 군 면제자들은 아무리 언변이 좋아도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깨에서 가슴까지 폐 수술 흔적이 있는 군 면제자 장동건은 영화 ‘해안선’ 촬영 때문에 30세를 넘겨 뒤늦은 군대 생활을 하고 있다. 해병대 지옥 훈련을 받으면서 두 달 여를 군인과 똑같이 생활했던 그는 다음 작품으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를 휘날리며’를 선택했다. 이 영화도 한국 전쟁을 다룬 작품이어서 장동건은 다시 한 번 6개월 이상을 군인으로 살아가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그렇게 되면 단기 사병으로 6개월만 복무했던 이병헌 정도의 군대 경험은 하는 셈이어서 앞으로 군대 얘기에 동참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군을 다룬 영화 ‘공동 경비구역 JSA’ 의 빅 히트에 이어 신현준과 신은경 주연의 해군 영화 ‘블루’가 막바지 촬영 중이고 ‘무사’를 만들었던 김성수 감독도 한국 전쟁을 다룬 대작 영화를 기획 중에 있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던 이광모 감독도 다시 한 번 한국 전쟁을 다룬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일부 유명 영화사들이 한국 전쟁과 관련된 영화들을 기획하고 있다는데 이로 인해 계속해서 스타들의 군복 입은 모습을 보게 되면 한동안 ‘군 신드롬’이 일어나게 될 것 같다.

더구나 월드컵 열기로 축구의 인기도 올라간 마당에, 이제는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한다는 남자들의 군대 얘기를 더해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도 여성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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