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스타되려면 돈 주어야 하나요?

  • 입력 2002년 7월 15일 17시 44분


3월 영화계 비리 수사에 이어 이번에는 방송계가 술렁이고 있다. 소위 ‘PD 사건’이라고 해서 4∼5년 주기로 연예계 비리가 불거져 나와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곤 했는데 이번에는 연예계의 부정을 확실히 뿌리 뽑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단호하다고 한다.

‘촌지(寸志)’의 1차적 의미는 ‘자그마한 뜻을 나타낸 적은 선물’이다.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그 촌지가 대가성이 짙거나 액수가 지나치게 크면 문제가 되는 법이다.

음악성이 있는 신인 가수를 방송에 출연시켜준 것에 감사하는 의미로 매니저가 담당 PD나 스태프들에게 밥 한 끼 산 정도야 괜찮겠지만 거액의 돈을 받고 그 대가로 자격 미달의 무명 가수를 출연시켰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간혹 연예인 지망생들로부터 “스타가 되려면 돈을 주거나 몸을 줘야 된다는 게 사실이냐”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현재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들은 다 돈과 몸의 힘을 빌렸다는 말인가?

이 바닥을 잘 몰라서 한 우문이었지만 간혹 악질 매니저들에게 걸려 사기를 당하는 불쌍한 연예인 지망생들이 있다는 소문도 간간히 들은 적이 있다. PD나 방송국 간부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며 수천만원의 로비 자금을 요구하거나 술자리에 불러내 마치 접대부처럼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불쌍한 임무를 맡는 연예계 지망생들은 대부분 연예계에 데뷔하기는커녕 그 때 진 빚 때문에 진짜 술집에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는 극히 일부의 얘기다.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매니저들은 이미 공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고 건전하게 스타를 발굴한다. 대부분의 PD들도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전념하고 있고 매니저와 식사를 해도 자신이 꼭 밥값을 내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요즘은 스타의 파워가 더 세서 아무리 유명 PD라도 스타에게 잘 보여야 캐스팅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스타에게 로비를 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어느 사회, 어느 집단에나 남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꼭 있다. 단지 그 몇 명의 그릇된 소수 때문에 집단 전체가 왜곡되게 보여서는 안될 것 같다.

수 년 전 어느 가수 매니저가 방송국에서 모 쇼 프로그램 PD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차 키 좀 잠깐 주십쇼.”

그 PD는 차를 빌려달라는 줄 알았는데 잠시 뒤 돌아온 매니저는 PD에게 키를 돌려주며 귓속말로 집에 가서 차 트렁크를 꼭 열어보라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그제야 그 PD는 매니저가 뇌물이나 촌지를 차에 넣어 놓았다는 것을 눈치 채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괜히 뇌물 잘 못 받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무조건 물건을 돌려주리라 결심하고는 퇴근 후 조심스럽게 자신의 차 트렁크를 열어 본 PD는 미소를 짓고 말았다.

트렁크에는 산에서 떠 온 약수가 한 통 들어있었고, 몸에 좋은 약수이니 꼭 드시라는 매니저의 친절한 편지까지 들어있었다. 이 정도 귀여운 뇌물(?)은 검찰에서도 눈감아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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