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소리]백인숙/응원석 수십자리 잡아놔도 됩니까?

  • 입력 2002년 6월 23일 18시 57분


한국의 4강 진출을 확정짓던 22일 다시 경험하지 못할 감격을 아이들과 맞고 싶어 인천 문학경기장을 찾았다. 아이의 학교까지 조퇴시키고 경기장에 도착한 시각은 11시반경이었다. 경기 시작 4시간 전이어서 예상대로 절반 이상의 파란 좌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막상 자리에 앉으려니 “자리 잡아놓은 거예요”하고 한 학생이 기겁을 했다. 잡아놓은 자리가 한 30석쯤은 돼 보였다. 할 수 없이 다른 곳으로 갔지만 좌석에 들어가지 못하게 줄을 쳐놓은 곳, ‘자리 주인 있음’이라고 써 붙인 곳, 의자 위에 신문 휴지 물병을 올려둔 곳 등 가지가지였다. 운동장 한바퀴를 돌아 드디어 한자리 잡았다 싶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한 학생이 달려오더니 “여기 50명 올 거예요”한다. 순간 “언제 올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자리를 이렇게나 많이 잡아 놓으면 어떡하느냐”고 했더니 “그럼 우리처럼 일찍 와서 자리 잡으시면 되잖아요”하며 눈을 흘긴다. 애들하고 다퉈봤자 뭐하나 싶어 울컥하는 마음을 참았다. 우리가 겨우 앉을 수 있었던 곳은 맨 꼭대기 통로였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자리 때문에 투덜댔다. 사람들의 질타와 눈총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들을 위해 50석, 100석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학생들이 대단해 보였다. 25일 독일과 격돌하는 4강전에는 몇시에 가야 할까 벌써 고민이 된다.

백인숙 경기 시흥시 하상동 연꽃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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