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 report]포르투갈 ‘허리’묶어라

  • 입력 2002년 6월 13일 23시 42분


포르투갈은 세계 대륙의 서쪽 끝 작은 나라지만 역시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와 남다른 축구 인연을 갖고 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때는 아시아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오른 북한과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벌였다. 또 91년 자국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1회전에서는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가진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선발된 남북한 단일팀 ‘코리아’와 숨막히는 접전을 펼쳤다.

당시까지 행운은 모두 포르투갈 편이었다. 66년 월드컵 때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북한에 3골을 허용하고도 불세출의 스타 에우세비우를 앞세워 5-3, 대역전승을 거뒀고 91년 청소년대회 때는 1-0 한골차 승리를 거둔 후 상승세를 이어가 대회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른바 ‘황금 세대’로 불리던 91년 대회 때의 주전 멤버들이 바로 오늘 한국과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을 치를 루이스 피구, 후이 코스타, 주앙 핀투 등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포르투갈이 이번에도 행운을 앗아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무엇보다 심리적인 상황이 한국에 절대 유리하다. 한국은 미국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수비라인이 적극 공격에 가담하다 선취골을 허용했지만 비겨도 되는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반면 포르투갈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부담감에 자칫 패착을 둘 가능성이 높다. 또 포르투갈의 취약한 수비라인이 한국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포르투갈 수비라인은 2-3으로 진 미국전에서는 물론이고 4-0으로 이긴 폴란드전에서도 똑같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수비라인이 볼을 따라 한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지나쳐 중앙 공격을 당할 땐 양 사이드를 모두 비웠고 측면을 돌파당하면 또 측면으로 수비들이 몰려 가운데를 비우는 실수를 범하곤 했다. 미국전 때 허용한 3번째 골도 수비수 전체가 돌파당한 사이드쪽에 몰리다 허용한 골이었다. 중앙수비 조르제 코스타와 페르난두 코투의 기동력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포르투갈의 공격은 역시 최강이다. 폴란드가 대패한 것도 후이 코스타를 중심으로 피구, 세르지우 콘세이상, 파울레타의 빠르고 정확한 역습 공격에 수비 밸런스가 무너지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국이 폴란드전 때처럼 무리한 공격보다는 안정된 수비 조직력을 앞세워 미드필드부터 강한 압박을 한다면 상대의 예봉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오히려 숱한 역습 찬스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행운을 밝히는 것은 전 국민의 열렬한 성원이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홈팬의 함성을 등에 업고 여유롭게 경기에 임한다면 이번만큼은 행운의 여신이 우리의 손을 들어주리라 굳게 믿는다.

허정무 본보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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