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이나모토“해냈다”

  • 입력 2002년 6월 9일 23시 24분


결승골을 넣은 이나모토.
결승골을 넣은 이나모토.
이나모토 준이치-나라자키 세이고-나카타 히데토시. 일본의 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이끈 일본 축구 대표팀 ‘3인방’의 컨디션은 최고조로 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나모토는 특히 그라운드를 펄펄 날았다. 후반 6분 야나기사와 아쓰시의 절묘한 패스를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킨 이나모토의 오른발 슛은 절묘함 그 자체였다. 이나모토의 골은 4일 벨기에전에 이은 자신의 이번대회 두 번째 득점.

벨기에와의 첫 경기에서 베스트플레이어로 뽑혔던 이나모토는 러시아와의 경기에서도 예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그라운드 전역을 뛰어다녔다. 첫 골을 뽑아낼 때는 골문 앞에 자리를 잡고 서 있었지만, 후반 중반 이후에는 최후방 수비수의 역할까지 해냈다. 특히 상대 패스를 중간에서 끊는 판단력은 일품. 일본에서 TV 중계를 하던 캐스터까지 “이나모토가 없는 곳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이 경기 최우수 선수 역시 이나모토가 차지했다.

골키퍼 나라자키는 러시아의 파상 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 진가를 발휘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나라자키는 일본의 ‘붙박이 수문장’으로 여겨지던 가와구치 요시카쓰의 자리를 빼앗았다. 벨기에, 러시아 등 장신 상대를 고려할 때 단신(1m79)인 가와구치를 내세우기에는 필리페 트루시에 감독의 부담이 컸던 것. 1m85의 나라자키는 이날 제공권을 장악하며 러시아의 공격을 무력화했다. 순발력에서도 가와구치 못지않은 면모를 보이며 일본의 희망으로 떠 올랐다.

그리고 ‘일본의 영웅’ 나카타. 나카타는 ‘조타수’로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나카타는 미드필더 답지 않게 일본 선수 중 가장 많은 4개의 슈팅을 시도해 러시아 수비진을 괴롭혔다. 후반 26분 크로스 바를 맞추는 중거리 슛은 러시아 골키퍼 루슬란 니그마툴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나카다는 양팀 통틀어 61개의 파울이 나온 이 경기에서 내내 침착함을 잃지 않는 냉정함을 보였다. 결코 흥분하는 일 없이 경기를 이끌어갔고, 경기 종료 직전에는 일부러 파울을 범해 시간을 버는 여유도 보였다.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우승을 차지해본 그의 경험은 일본의 월드컵 첫 승리에 가장 큰 밑거름이었다.

미야기〓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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