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그라운드의 '대통령' 프랑스 지네딘 지단

  • 입력 2002년 4월 30일 18시 29분


1998년 7월14일. 제16회 프랑스월드컵 우승 다음날 알제리 이민자의 아들 지네딘 지단이 프랑스축구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파리 시내에 입성, 퍼레이드에 나서자 콧대높기로 소문난 파리장들도 ‘지주(Z1zou·지단의 애칭)를 대통령으로’라고 외치며 넘치는 애정을 표현했다. 프랑스인들이 지단에 열광하는 것은 지단이야말로 개인의 권리침해에 철저히 저항하는 프랑스인의 기질을 극적으로 표현해주는 표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유색인생의 한계를 딛고 프랑스 ‘예술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선 지단. 올해 29세에 불과하지만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마에스트로’(대가)란 존칭이 따라붙는다. 아무리 재능을 일찍 꽃피우는 스포츠 세계지만 흔치 않은 일. 하지만 최고의 칭호에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그의 실력은 농익었다.

이런 의미에서 2002월드컵은 지단에게 ‘프랑스의 자랑’에서 ‘세계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다.

최대 경쟁자는 브라질 축구를 대표하는 ‘신 축구황제’ 호나우두. ‘21세기 축구 황제’자리를 놓고 각축할 지단과 호나우두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상’을 두 번씩 수상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호나우두와는 달리 지단은 프랑스에 이미 월드컵 우승컵을 안겼다. 또 호나우두가 부상에 시달리며 부침이 심했던 반면 지단은 부상과는 담을 쌓을 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점에서 지단의 가능성은 한결 높다.

지단의 플레이는 화끈하다. 상대팀 수비수 3,4명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치는 드리블과 전광석화같은 원터치 패스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그라운드 밖에서의 ‘겸손함’과는 달리 그라운드에 서면 한마리 야생마로 돌변한다. 자신의 플레이에 걸림돌이 된다면 거친 몸싸움도 마다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파울을 했다 지단에게 머리로 떠받힌 선수도 있을 정도. 98프랑스월드컵 4강전에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한 것도 그의 이런 기질탓으로 어릴적부터 경찰관을 꿈꿨을 만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축구문화에는 화려한 브라질식이 있었고 유고를 대표로 한 동유럽의 힘있는 문화가 있었다. 이제는 프랑스의 매끄러운 문화가 있다. 지단과 같이 단번에 경기흐름을 엎어버릴 수 있는….”(카메룬 대표선수 옹구에네)

“프랑스는 하나의 집단이 되어 상대팀을 압도한다. 문제는 지단을 중심으로 하는 그들이 상대팀에 압박을 가해올 때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트루시에 일본 감독)

세계가 두려워하고 있는 지단의 파괴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임은 분명하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축구장밖의 지단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유벤투스에서 레알마드리드 이적시 6440만달러의 이적료)의 선수인 ‘스포츠 재벌’ 지네딘 지단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지단이 공식 홈페이지(www.zidane.fr)에서 밝힌 하루생활을 통해 슈퍼스타의 일상을 재구성한다.

△오전〓7시30분에서 8시쯤 일어나 두 아들(엔조와 루카스·엔조는 자신의 우상인 우루과이출신 스타 엔조 프란체스콜리의 이름에서 따온 것)과 아침식사를 한 뒤 엔조를 학교에 데려다 준다. 다시 집에 돌아와 루카스, 94년 결혼한 스페인출신의 아내 베로니크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보고서 작성을 마친다.

△오후〓점심은 거의 외식을 한다. 엔조의 학교가 마치는 시간에 맞춰 곧장 식당으로 이동한다. 토마토소스를 뿌린 파스타를 가장 좋아하고 구운 농어요리와 소금에 구은 새우, 소고기 필레(연한 허리부분살)를 좋아한다. 식사후 가족들을 집에 데려다준 뒤 트레이닝센터에서 5시30분까지 훈련한다.

△저녁〓경기가 없는 날에는 오후 7시쯤 귀가해 두 아이를 씻긴다. 저녁식사는 최대한 일찍 마친 뒤 밤 시간을 즐긴다. 가족들과 극장이나 공연장을 찾거나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한다. 집에 있을때는 위성방송이나 유료방송의 수많은 채널을 여행하거나 좋은 비디오테이프를 감상한다.

△여가생활〓축구외 최고의 취미는 단연 테니스다. 휴일에는 항상 테니스를 친다. 프랑스오픈은 TV로 감상한다. 은퇴하면 테니스가 가장 즐기는 친구가 될 것이고 대회 참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은퇴 이후 함께 시간을 보낼 또 하나의 친구는 자동차 경주(포뮬러 1)다. 과거보다는 재미의 강도가 떨어졌지만 지금도 TV를 통해 시청한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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