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거물' 안성기 조연상 받자 모두 기립박수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7시 18분


청룡상 시상식이 지난주에 열려 많은 연예인들이 참석했다.

이날 관심의 주인공은 남우조연상을 받은 안성기와 여우주연상을 받은 장진영이었다. 이미 1990년 영화 ‘남부군’ 으로 청룡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그 후에도 세 차례 인기스타 상을 수상한 안성기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자 모든 배우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일어서박수를 보냈다. “상은 종류별로 다 받아봐서 여한이 없다. 이제 상이라면 공로상만 남은 것 같다”는 그의 재치 있는 소감에, 후배들은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스타들은 상에 얼마나 민감할까? 사실, 영화배우들은 영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두 한 식구이기 때문에 특별히 상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후보에 오른 사람들은 단 1%의 가능성을 믿고 시상식장에 올 것이고 주변에서 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는데도 정작 상을 받지 못하면 은근히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박중훈이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쳐보였을 때 모든 사람들은 그가 남우주연상을 받으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그해 ‘태양은 없다’의 이정재가 수상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럼 대종상에서는 박중훈이 수상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대종상은 ‘유령’의 최민수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청룡상은 한 젊은 배우에게 자신감을 심어줬고 대종상은 다시 일어선 카리스마의 제왕을 반기는 느낌이었다. 노 메달의 박중훈은 내심 섭섭했겠지만 이미 그 영화 덕에 헐리웃에 진출한데다가 90년대 청룡상 인기스타상을 4회나 수상한 최고 기록 보유자답게 담담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청룡상에서 장진영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자 소름끼치도록 흥행에 실패했던 그녀의 출연작 ‘소름’을 본 기억이 없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영화에서 그녀는 최선을 다해 연기했고 어쨌든 이번 수상으로 심은하 은퇴 이후 여배우 기근현상을 겪고 있는 우리 영화계에 한 명의 확실한 주연급 여배우가 탄생한 것 같아 좋다는 어느 남자 톱스타의 얘기에 대부분 공감했다.

2000년 최우수 작품상과 최고 흥행상을 동시에 수상한 ‘공동경비구역 JSA’를 제외하면 최우수작품상과 최고흥행상 수상작은 늘 달랐다. 올해는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봄날을 간다’ 의 잔잔함도 좋았고, 남우주연상을 받은 ‘파이란’의 끈끈함도 진한 감동을 주었다. 비록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에서 치열한 경합 끝에 수상을 놓치긴 했지만 영화 ‘친구’의 경우도 전국 822만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한국 영화계의 기록을 세우며 최다 흥행상을 받았으니 그리 섭섭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은 어떨까? 섣불리 짚어본다면 남우주연상의 경우, 하루에 5시간씩 권투 연습을 하며 영화 ‘챔피언’ 에 매달리고 있는 유오성,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여주는 최민식, 3년 만에 작품에 뛰어들 태세인 한석규, 또 한번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 준비 중인 박중훈, 곧 개봉할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에서 광기어린 연기를 펼쳤다는 설경구, ‘복수는 나의 것’ 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송강호, 흥행 보장 수표 이병헌, 미남 스타에서 배우로 거듭나 독을 품고 있는 장동건, 정우성 등 그야말로‘군웅할거의 시대’ 가 될 듯싶다. 벌써부터 내년도 시상식이 기다려진다.

김영찬<시나리오 작가>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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