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왜 연예인들은 외제차를 즐겨탈까?

최근 교통사고로 숨진 개그맨 양종철과 지프 사고로 중상을 입은 코미디언 배일집의 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는 11월은 연예가에서 잔인한 달로 통한다. 각종 스캔들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징크스가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을 괴롭히는 수많은 사고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게 교통사고다. 아직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가수 유재하는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고, 한류의 선봉장이었던 ‘클론’의 강원래를 무대에서 끌어내린 것도 교통사고였다. 인형 같은 미모를 자랑하던 영화배우 조용원의 얼굴을 그늘지게 했던 것도, 생방송 시간에 쫓기던 수많은 가수들을 본의 아닌 휴식(?)에 들어가게 만든 것도 모두 교통사고였다.

오래 전, 가수 조용필이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그의 차는 유명한 외제차였고 이후 수많은 연예인들이 안전을 위해 차를 외제로 바꿨다. 요즘은 국산 차도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지만 탤런트 석광렬이 국산 차를 타고 가다 사고로 숨진 후 연예인들 사이에는 잘못된 믿음이 번져갔다. 국산 차를 타면 무조건 위험하고 외제차를 타면 사고가 나더라도 어느 정도는 안전하다는 것.

안성기 김승우 장동건 정준호 최진실 고소영 정우성 손지창 안재욱 이미연 이재룡 등의 연기자와 김건모 조성모 강타 등의 가수들은 벤츠를, 박중훈 이정재 김민종 윤다훈 주영훈 최지우 송혜교 문희준 등은 BMW를 탄다. 신현준 김희선 등은 재규어를 몰고 다니며 ‘쿨’의 이재훈은 페라리라는 스포츠카를 타고 압구정동을 누볐다. 워낙 돈을 잘 버는 스타들이기 때문에 웬만한 소형 아파트 한 채 값인 고급 외제차를 선뜻 살 수 있겠지만 안전에 대한 걱정 때문에라도 이들은 차에 거금을 투자한다.

하지만 꿋꿋하게 국산 차를 애용하는 스타들도 많다. 송승헌 배용준 김선아 이범수 장진영 한재석 등은 만족스럽게 국산차를 타고 다니며 안전에도 아무런 불만이 없다.

어차피 대형 사고를 당하면 국산이나 외제나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문제는 비싼 외제차를 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운전을 하느냐이다.

소위 ‘매니저 운전’이라는 것이 있다. 주로 생방송 시간에 쫓기는 가수 매니저들의 운전 행태를 보고 하는 말인데 신호 차선 무시하고 노견이나 보도블럭을 애용하는 등 남다른(?) 운전기술을 사용해 구급차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연예인과 함께 다니는 로드 매니저들은 이처럼 방송 시간에 맞출 수 있는 탁월한(?) 운전 능력이 기본 자격 조건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로드 매니저 중에는 카레이서 출신도 있다.

요즘은 웬만한 연예인은 외제 밴 한 대씩은 다 갖고 있어서 가끔 경광등까지 울려가며 도로를 질주하기도 한다. 예전엔 교통 법규 위반으로 적발돼도 연예인 차량이라고 밝히고 사정을 얘기하면 어느 정도 눈감아 주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경찰에 적발돼 그런 얘기를 했다간 씨알도 안 먹힌다.

딱지를 떼일까봐 조심하라는 게 아니다. 소중한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무조건 안전 운전을 하라는 얘기다. 더 이상 끔찍한 사고 소식을 바라지 않을 따름이다.

김영찬<시나리오 작가>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