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농주/대학 전공선택 ‘점수보다 적성’

  • 입력 2001년 11월 29일 18시 28분


어렵다고 해서 말 많던 대학수능시험도 지나고 이제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우리나라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얘기들을 들려주고 싶다.

이 두 가지 케이스는 개별적인 예들로 일반화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들에서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생겨날 것으로 보여 일반화해서 말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먼저 M양에 관한 이야기. M양은 인문학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으나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하다가 2학년에 올라갔을 때 휴학하고 대입학원의 재수생으로 등록해 공부해왔다.

이처럼 대학을 다니면서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여러 대학에서 발견된다. 그래서 어떤 대입학원에는 수강생 중 20% 정도가 대학 재학 중인 학생들이라는 전언이다. 요즈음 많은 수험생들이 오직 대학을 가는 데만 목적을 두었지 자기가 전공할 학문 분야와 자기 인생의 진로를 생각지 않고서 대입을 준비하다 보니까 이런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전국의 많은 대학 입시에서 교차지원이 허용된 이후, 특히 문과 지원자들이 교차지원 제도를 활용해 자연계 전공으로 입학해 공부를 했으나 수학과목을 따라 갈 수 없게 되자 다시 대학 입시 준비를 한다고 한다.

대입 수험생으로서 대학의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S군의 케이스를 말해주고 싶다. S군은 자기의 주의주장을 펴지 못한 채 먼저 수능점수를 고려해 부모의 권유로 자연계 대학에 입학해 공부했으나 대학 4학년 졸업반이 되어 전공분야로 나가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아서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흥미를 갖고서 이불 속에서 부모 몰래 보던 만화에 짜릿한 감동을 키우면서 이 분야의 일을 자기 평생의 일로 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그는 마침내 애니메이터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2년제 대학의 만화홍보학과에 진학하고자 수능을 다시 보기에 이르렀다고 고백했다.

엄밀하게 생각해보면 대학은 진로나 취직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진리탐구, 새로운 지식창출 등이 본래의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진로를 위해 준비하는 공간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점을 수험생들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번 입시에서만큼은 자신의 30년 후 직업적 꿈을 당당히 부모나 주위에 밝히고 대학 학과를 선택하기 바란다.

주변 사람들과 자기의 경력 개발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적성검사를 해서 자신을 들여다본 후 자기 정체성을 찾아 의지대로 전공을 택하기 바란다.

입시에서 전공을 택하는 것은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학문적 콘텐츠를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조건 대학에만 합격하기 위해 전공을 점수에 맞추지 말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여러분의 꿈을 선택하는 용기를 통해 위의 두 선배가 겪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 농 주(연세대 취업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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