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판타스틱페스티벌]"단편 애니 무시하지 마세요"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49분


13일부터 닷새동안 서울 정동 A&C에서 열린 국제 판타스틱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뱀파이어 헌터D' 상영을 끝으로 17일 막을 내렸다.

개막작으로는 작년 12월 아시아태평양 영화제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일본 오모리 가즈키 감독의 '바람을 본 소년'이 상영되었고 '공각기동대' '인랑'을 제작한 일본의 `프로덕션 IㆍG'가 제작한 최신작 '카이도 마루'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 '월드 프리미어' 작품은 상영 직전까지 제목을 밝히지 않아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계의 대세에 따라 장편 일본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었고(모두 8작품) 총 40여편의 장·단편 애니메이션이 상영되었다.

편식하는 경향이 엿보이지만 주로 유럽과 미주의 작품으로 구성된 '세계걸작 코믹단편선'을 관람한다면 일본 장편 애니로 편향된 프로그램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질수 있었을지도.

페스티벌 중 13,16,17일 상영되었던 '세계걸작 코믹단편선'은 총 11편의 작품이 다양하고 기발하며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로 관람객을 안내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페스티벌을 통한 일회성 상영보다 매니아를 위해 재 감상할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도 좋을듯하다. 이 작품들은 이미 유수의 대회에서 입상을 한 우수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코믹단편 몇 작품을 소개한다.

◆ 랑데부 ( Rendezvous )

10분짜리 3D애니메이션으로, 깔끔하고도 화려한 화면을 자랑한 피터 렘켄 감독의 작품. 작은 시계 탑 안에 사는 목각 인형인 소년과 소녀는 한지붕 아래에 살지만 서로 번갈아 가며 시간을 알리기 때문에 서로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고 시간이 흘러간다.

비바람이 심하던 어느날 드디어 희미하게 나마 상대방이 남긴 흔적을 계기로 서로의 존재를 점점 크게 인식하게 되는 두 목각인형. 그러나 그들은 한참동안 만나지 못하고 안타까운 궁금증만 키워가게 되는데.. 두 목각인형만큼이나 관객의 마음도 함께 졸이게 되는 애니.

토론토 월드와이드 단편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2000 베스트 컴퓨터 애니메이션 상을 비롯 수상경력이 많은 작품이다.

◆ 지구의 끝에서 (Au Bout de monde)

대체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을까? 설정이 독특한 애니작품.

산꼭대기, 산위의 평평한 공간이 아닌 말 그대로 뾰족뾰족 산.꼭.대.기.위에 집이 있다고 상상해보았는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작은 움직임에도 한쪽으로 치우치고 마는 이 집의 운명이 궁금하다. 관객들의 끊이지 않는 폭소로 결말을 짐작해 볼 만 하다. 수상경력 :1999 오픈 러시안 애니메이션 필름 페스티발 그랑프리 外 다수.

◆ 홍수 (The Flood)

1999 라이프찌히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초청작.약간의 설명만 덧붙여준다면 어린이들에게 환경보호를 위한 교육자료로 사용한다면 이보다더 훌륭할순 없을것 같은 애니메이션.

꽃, 나비, 풀 가릴것 없이 모두 끌어가 기계속에 넣은후 재가공한 것만 먹는 토끼. 그러나 이런 행동들은 곧 홍수로 이어지고 모든 것은 엉망이 되고 만다.

◆ 가가린( Gagarin )

이 애니를 보고난 후의 느낌은 '연민' '허무'.

"당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대부분은 아주 슬픔 결말로 끝나고 맙니다" 라는 설명이 붙여진 작품이다. 미운애벌레 가가린은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에 인간들의 세상으로 가 배드민턴 공속에 몸을 맡긴다. 결국 그에게 남는것은 지독한 멀미와 구토.

정작 친구 애벌레들이 모두 날개를 펴고 나비의 어여쁜 날개로 비상할때 가가린만은 날개를 저을수 없다. 이제 하늘만 쳐다봐도 생기는 구토때문에.

◆ 렛츠 플레이 ( Let'S Play )

'깜찍하고 똑똑한 지렁이가 사는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낚시꾼의 미끼통에 담겨져있을땐 지렁이들을 상대로 생명을 건 주사위 내기를. 물속에선 물고기들을 상대로 생명을 건 주사위 내기를. 지렁이의 처세술에 웃음을 참기 힘든 작품.

수상경력 :2000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본선 진출작

◆ 토니의 플레이스테이션(TONY'S PLAYSTATION)

게임중독자의 적나라한 행태와 그 결말을 지켜볼수 있는 유쾌한 애니메이션. 일반인도 공감하는데 게임중독자가 관람했다면 구구절절 무릎을 쳐가며 공감했을

인간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웃음을 선사하는 참신한 구성의 애니메이션이다.

연이은 게임, 잇단 레벨업 그리고 연달아 마시는 맥주... 마지막에 던져지는 질문은 바로 "도대체 누가 게임을 하는거지 ?"

2000년 독일 슈타트가르트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관객상 을 받았다.

허지영<동아닷컴 기자>creamr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