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지자체에 대한 국정감사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39분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에 대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6급 이하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현행법상 국회가 국감을 할 수 있는 국가 위임사무가 10%에 불과한데도 지방 고유사무까지 국감을 하는 것은 불법이며 지방의회 감사, 감사원 감사 등과 중복돼 행정 및 예산 낭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측은 지자체에 대한 국감은 헌법과 관련법에 따른 것이며 국가 위임사무와 지방 고유사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중요 정책과 예산이 지자체를 통해서 집행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국회의 지자체 점검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찬성/주요정책 집행 점검할 필요▼

국회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민을 대표해서 국정의 주요 집행 현장인 지방자치단체를 감사함으로써 잘못된 점을 시정하고 입법 및 예산심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헌법 제61조와 국정 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는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 정책결정이나 국정 운영 방향에 주안점을 둔다는 점에서,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감사원의 감사나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실시하는 지방의회의 감사와는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고 하겠다.

국회의 지자체에 대한 국정감사가 국가위임 사무를 그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방 고유사무와 국가위임 사무의 구분이 쉽지 않고 또 서로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범위를 명확히 한다는 것이 간단치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판단 또한 서로 다를 수 있다. 이런 문제는 국정감사반과 피감기관의 대화로 해결할 일이다.

더구나 지자체가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집행하고 있고 중앙에서 결정된 중요정책이 지자체를 통해서 집행되고 있는 현재의 국정운영 방식 하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집행 현장을 직접 점검하는 것이 국회의 기능 수행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물론 국회도 지자체 국감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야 대표로 구성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감 대상기관과 일정을 협의 조정해 지자체에 대한 국정감사가 특정 지자체에 편중되거나 중복되지 않도록 하고 전국체전 준비 등 업무가 과다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당해 연도에 감사를 면해주고 있다. 과도한 자료를 요구하는 문제도 올해 국감에서는 자료 요구가 작년보다 16%가량 감소하는 등 개선되고 있다. 국회 차원이나 의원 스스로도 정책감사에 중점을 두는 등 각자가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이 국감을 실력으로 저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하고 있는 국회의 중요한 국정통제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자칫 공무원의 집단행동을 금지하고 있는 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다.

국감이 지자체에 주는 업무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감을 통해 시정되는 것도 있고 국감을 의식해 예방되는 것도 적지 않다. 국감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앞으로 국회는 과도한 자료 요구를 자제하고 입법 및 예산심의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의 소리를 청취하는 등 정책감사에 주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자체도 국감이 지자체의 어려움을 알리고 집행 현장의 문제점 및 대안을 제시하는 국정 대화의 장이 되도록 활용하도록 힘써야 한다.

양측 모두 국가정책과 예산이 지자체에서 올바르게 집행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슬기롭게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주영진(국회 사무처 의사국장)

▼반대/중복감사로 행정-예산 낭비▼

국회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업무의 10%도 채 안 되는 국가위임 사무를 감사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국정감사법상 금지된 90% 이상의 지방 고유사무를 감사하는 위법을 저질러왔다. 서울시공무원직장협의회는 지난해부터 국회에 이의 부당성을 알리는 공문을 보내는 등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해 왔지만 국회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대화가 불가능하자 실력 저지를 거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직장협의회측이 국회의 지방자치단체 국정감사를 거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현행법상 지방 고유사무는 국회 차원의 국감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선진국에서는 국가 위임사무에 대해서도 국감을 하지 않는다.

국감의 대상이 되는 국가 위임사무와 지방 고유사무의 개념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문제의 본질이 호도될 우려가 있다. 그보다는 지방의회를 제치고 국회가 꼭 감사해야 하는 사무가 무엇인지를 따져야 한다. 직장협의회 분석에 따르면 과거 국감 요구자료 중 국회가 꼭 해야 할 일은 0.1%에 불과했다. 굳이 구분한다면 법률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국가사무 중 국비를 지원하는 사무만 국가 위임사무로 보면 된다.

지자체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는 지방의회, 감사원, 자체감사 등과 내용면에서 중복된다. 엄청난 행정력과 예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국회는 지자체 업무 중 국가적 사안에 한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하고 국정감사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 나머지 사무는 지방의회에 맡기거나 감사원이 감사한 뒤 국회에 보고토록 하면 된다.

공무원들은 무조건 국정감사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현행법상 금지된 지방 고유사무에 대한 국감을 거부할 뿐이다.

국회가 법을 지키고 원칙에 충실하면 국가 전체가 바로 서게 된다. 국회가 위법과 변칙을 저지른다면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국감을 강행한다면 공무원직장협의회는 실력 저지 외에는 대안이 없다. 실력 저지를 하더라도 법을 지키며 대화와 비폭력의 원칙을 따르겠다. 국회가 지방 고유사무에 대해서는 감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면 즉시 해제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회는 직장협의회의 대화 요구에 응해 언론, 시민단체까지 참여해 국가발전을 위해 어느 쪽이 더 옳은지 논의해야 한다. 국감을 폐지해야 하는지의 문제부터 국감을 유지한다면 국가 위임사무의 기준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터놓고 상의해야 한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잡음이 없어진다.

국회의원은 정치인이지 법률가나 감사원 직원이 아니다. 법을 따지기 전에 국가발전을 위해 무엇이 옳은지를 따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는 현행법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 중복감사로 인한 행정력 및 예산 낭비는 모처럼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방의회를 무력하게 만들뿐이다.

이희세(서울시공무원 직장협의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