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E&B클럽]어린이 비만 예방

입력 2001-09-06 18:23수정 2009-09-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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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춤을 추며
즐겁게 운동하는 재윤이.
아침식사를 거른다. 음식을 먹을 때 TV나 만화를 본다. 혼자 밥을 먹는다. 청량음료를 좋아한다. 매일 초콜릿이나 과자를 먹는다. 밥보다 간식을 더 좋아한다. 밤 9시 이후에도 음식을 먹는다.

아동비만을 체크하는 항목들이다. 유감스럽게 딸아이 재윤이는 대부분 해당된다. 두 돌이 넘을 때부터 부쩍 과자를 찾더니 이제 식사시간만 되면 멀찌감치 달아나며 “맘마 안먹어”라며 울상을 짓는다.

그렇게도 밥 먹기가 싫을까? 잘못하면 굶기겠다 싶어 과자나 국수로 재윤이의 끼니를 대신하곤 하지만 은근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운동도 제대로 안하는데 마구 먹으면 어쩌나?

몇 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자녀의 비만을 방치한 부모가 ‘아동학대죄’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비만이 죄악이냐”는 비난도 있었지만 비만이 얼마나 심각한 사회문제인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아동비만의 원인은 불균형적인 영양분 섭취와 운동부족이다. 그렇다면 해결책도 간단하다.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도록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실천하지 않는 데 있다.

그래서 어린이 대상 체조교실이 요즘 인기라고 한다. e-사이버짐(www.ecybergym.com), 메드시티(www.medcity.com), 사이버 다이어트클리닉(www.cdcclub.com) 등 아동비만 관련 인터넷 사이트도 방문자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의 노력이다. 우리 가족은 거창하게 ‘프로그램’이라 부르기는 쑥스럽지만 두 가지 묘안을 짜냈다.

밥먹기 싫어하는 재윤이를 어떻게든 식탁에 앉히는 것이 중요했다. 식사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줄 방법을 찾아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가상 생일파티’였다.

고깔모자를 쓴 온 가족이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하며 노래를 해 재윤이를 식탁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차츰 익숙해지자 재윤이는 식사때만 되면 박수를 치면서 식탁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규칙적인 운동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 스스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강요할 수도 없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나가는 것도 시도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방법이 춤추기. 운동량도 많고 무엇보다 재윤이가 재미있어 해 효과가 그만이다.

아빠는 시간 날 때마다 재윤이와 함께 방에 들어가 음악을 틀고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춤을 춘다. 땀으로 범벅이 된 부녀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한 아동비만 전문가는 “중요한 것은 비만 어린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표현”이라고 말했다. 밥 안먹고 과자만 찾는다고, 운동 안하고 컴퓨터 앞에만 앉는다고 아이를 나무라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강요하기 전에 즐거운 식탁을 만들고, 소모되는 칼로리를 계산하기 전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문화를 개발하는 것이 어린이 비만을 예방하고 화목한 가정을 가꿀 수 있는 길이 아닐까.

김유진(31·경기 성남 분당동·nausikal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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