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프로야구 2001시즌 트레이드 분석

  • 입력 2001년 8월 23일 15시 15분


프로야구 구단의 전력 보강을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트레이드가 있다. 물론 가끔은 전력 보강 이외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잉여 전력으로 필요 전력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은 프로구단에게 대단한 매력이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 트레이드 활용도는 그다지 크지 않다. 선수들의 신분에 대한 구단의 권리가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이며 -이는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트레이드를 지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속팀의 전력 보강'보다 '상대팀의 전력 상승'이 더 두려운 소극적인 태도도 트레이드가 활발하지 않은 한 가지 이유다. 구단의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된 트레이드 사례 덕분에 트레이드에 대한 이미지도 그다지 좋지 않다. (트레이드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이지 않은 데에는 동양적인 가치관도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드의 전력 보강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며, 때문에 트레이드는 활발하지는 않더라도 구단의 현재 및 미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아울러 트레이드를 통해 구단 운영 철학을 엿보는 일도 가능하다. 아래에서는 2001 시즌 트레이드를 중심으로 그 의미 및 전망을 살펴보자.

* 주 : 선수들의 성적은 이적 후 성적. 타격 성적은 타율/출루율/장타율.

1월31일 김주찬, 이계성(삼성) ↔ 마해영(롯데)

김주찬 0.348/0.390/0.505

이계성 0.246/0.316/0.368

마해영 0.294/0.378/0.441

정치적인 목적의 트레이드. 정치적인 목적이 무엇인가는 굳이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올 시즌 자이언츠를 2000년의 자이언츠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막강 투수력+못 미더운 타력'으로 예상했다. 펠릭스 호세, 훌리안 얀, 아지 칸세코 등 하나같이 '늙은' 용병 후보들도 위와 같은 전망의 근거였다. 때문에 마해영의 삼성행은 자이언츠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김주찬의 잠재력을 인정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마해영의 공백을 메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위의 예상 가운데 맞아 들어간 것은 하나도 없다. 대구 구장에서 홈런 파워를 과시하리라던 마해영은 평범한 성적에 그치고 있는 반면 김주찬은 OPS 895를 기록하며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뛰어난 주루 능력까지 겸비해 그간 롯데의 고민이던 톱타자 문제를 해결했다. 자이언츠는 정치적으로는 물론 야구적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2월9일 심재학(현대) ↔ 심정수(두산)

심재학 0.349/0.484/0.577

심정수 0.284/0.390/0.478

역시 정치적 목적의 트레이드. 심재학은 사실 투수로 전향하기 전부터 좋은 타자였다. 그리고 이러한 타자들은 종종 빅 시즌을 맞이하곤 한다. 심재학의 올 시즌 OPS는 역대 10위권이다. ‘투수 전향’이라는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보다 일찍 전성기를 맞았을 것이다. 반면 심정수에게 올 시즌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선수협 활동을 이유로 팀을 옮겨야 했으며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그리고 불의의 사고까지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정수의 현재 OPS 868은 트레이드 파트너 심재학이 이전까지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1996년의 OPS 863보다 높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심재학의 올 시즌 OPS 1061은 대단히 훌륭하다. 그러나 2년 전 심정수는 OPS 1014를 기록했으며 당시 심정수는 24살이었다. All-time Best가 될 수 있는 타자를 고작 ‘선수협’이라는 시시한 이유 때문에 포기해야 했을까.

2월 9일 조규제, 조웅천(현대) ↔ 현금15억원(SK)

조웅천 1승 5패 11세이브, 방어율 5.71

조규제 5승 6패 7세이브, 방어율 3.38

현금 15억 약 6-7천만원 가량의 이자수익

유니콘스의 호구지책(糊口之策).

3월16일 강혁(두산) ↔ 현금6억7천5백만원(SK)

강혁 0.252/0.326/0.406

SK의 전력 강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이뤄진 트레이드. 강혁 카드는 적절한 선택이었지만 강혁을 얻기 위해 6억7천5백만원을 투자해야 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양 측의 요구액 중간쯤에서 결정된 6억7천5백만원의 신뢰성도 의심스럽다. 조웅천, 조규제 그리고 강혁 트레이드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전신 쌍방울이 구축한 'IMF구단'의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3월21일 신동주(삼성) ↔ 강영식(해태)

신동주 0.281/0.358/0.444

강영식 방어율 0.00, 1.1이닝.

4월16일 김지훈(삼성) ↔ 현금2천만원(해태)

김지훈 0.200/0.238/0.300

4월27일 김영진, 조정권(삼성) ↔ 김승권(한화)

김영진 0.182/0.357/0.182

조정권 0.213/0.298/0.280

김승권 0.253/0.269/0.520 (83타석)

4월29일 안재만(LG) ↔ 류현승, 장재중(SK)

안재만 0.254/0.347/0.381

류현승 2홀드, 방어율 3.60(25이닝)

장재중 0.187/0.255/0.245/OPS 500

류현승은 트윈스 불펜에 힘이 될 것이다. SK가 영입한 안재만의 타격 능력은 평균적인 3루수로서 부족하지 않다. 다만 지난 몇 년간 3루수 부재로 골치를 썩은 트윈스가 안재만의 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인색하지 않았나 싶다. 류현승과 함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장재중은 뛰어난 투수 리드 능력과 수비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백업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5월31일 양현석(해태) ↔ 가내영, 이동수(SK)

양현석 0.245/0.313/0.399

가내영 1승 2패 1세이브, 방어율 6.11

이동수 0.270/0.380/0.528

나는 이동수의 타석에서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서는' 능력만큼은 상당히 의심스럽다. 데뷔 이래 이동수가 소화한 풀시즌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6년 전의 일이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30세가 되는 이동수에게 갑작스레 많은 경기에 나오는 능력이 향상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런 종류의 베테랑-유망주 트레이드가 언제나 그렇듯이 양현석의 미래는 이 트레이드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물론 야구 선수의 미래에 대해서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낙관적인 기대는 물론 비관적인 기대 역시 가능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너무 성급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트레이드를 결정한 코칭 스태프 혹은 프런트의 비관적인 기대가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OPS 952를 기록중인 2년차 외야수라면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결정하는 것이 필요했을거란 얘기다.

6월16일 김홍집, 최영필(현대) ↔ 이상열(한화)

최영필 4승 1패, 방어율 4.59

김홍집 방어율 2.45 (7 1/3 이닝)

이상열 1패, 방어율 4.70 (7 2/3 이닝)

파급효과는 크지 않지만 각 구단의 필요를 충족시켰다. 이상열은 김홍집의 뒤를 이어 왼손 릴리버 역할을 해줄 것이며 비교적 어린 나이는 기량 성장에 대한 기대를 가능하게 한다. 최영필은 4-5선발로 유용하다.

7월 24일 정현택(LG) ↔ 최만호(현대)

정현택 0.167/0.211/0.167 (19타석)

최만호 0.350/0.458/0.600 (26타석)

LG 서용빈은 찰스 ‘뚱땡이’ 스미스, 양준혁, 다니엘 로마이어 모두 물리쳤다. 그리고 이제는 1루수 유망주 정현택 마저 떠나보냈다. 서용빈의 사례는 담장 밖으로 공을 날릴 수 없는 1루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다.

7월 31일 이강철(삼성) ↔ 현금 2억(기아)

이강철 2패 1세이브, 방어율 8.44

돈을 낭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릎 수술 이후 지난 3년간 고작 77 1/3 이닝을 던진 36살 투수에게 4억6천8백만원을 투자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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