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서 우리는 ‘성인 남성의 드라마’를 연상한다. 영웅들의 충성과 우애, 원대한 꿈과 지략이 넘치지만 살육, 파괴, 약탈의 핏기도 낭자하다. 과연 어린이들이 읽어볼만 한 책일까?
대답은 전문가들이 아닌 독서 당사자들이 했다. 지난해 12월 한 어린이책 관련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가 뽑은 ‘읽고 싶은 책’ 2위에 삼국지가 올랐다. 부모들이 추천하는 ‘어린이에게 읽히고 싶은 책’에서도 삼국지는 2위를 차지했다.
그러므로 이문열 ‘삼국지’가 만화로 나온 것은 어쩌면 때늦은 일인지도 모른다. ‘나 어릴적에’ ‘악동이’로 낮익은 만화가 이희재가 그림을 맡아 우선 3권이 출간됐다. 출판사 ‘아이세움’은 연말까지 전 10권을 완간할 계획.
지금까지도 약 10여종이나 되는 만화본 ‘삼국지’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일본 작가의 판본을 따랐고, 어린이에게 부적합한 내용이 그대로 전달되는 부분도 많았다.
만화를 그린 이희재는 “이문열 삼국지의 ‘기둥’을 따랐지만 만화인데도 권수가 같기 때문에, 원전의 핵심을 살리면서 ‘가지’를 줄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문열 삼국지’를 수놓는 수많은 재해석과 평설(評說)은 대부분 생략돼 있다.
각권의 말미에는 시대적 배경과 역사지도 등을 수록한 ‘삼국지 돋보기’가 실려 이해에 도움을 준다. 책 전체가 컬러로 인쇄되어 있지만, 고동색 초록색 베이지색 벽돌색 등의 색상을 주로 사용해 선 굵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주면서 눈의 피로를 적게 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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