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한국경제 현주소]"올 성장률 4% 미달" 절반 넘어

  • 입력 2001년 5월 13일 19시 05분


《동아일보가 이번에 실시한 ‘경제전문가 설문 조사’는 경제분야에서 깊이 있는 분석 능력을 인정받고 있거나 영향력이 큰 각계 민간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분야별로는 △학계 6명 △국책 및 민간경제연구소 6명 △금융기관(한국은행 포함) 9명 △대기업 17명 △외국계 기업 7명 △벤처기업 5명 등을 선정했다.

작년 11월 조사 때와 비교하면 조사대상자 중 기업인의 수를 대폭 늘리고 설문문항에 현정부 출범 후의 경제정책 평가 및 핵심 경제현안에 대한 견해 등을 추가했다.

이번 조사결과를 △경기진단 및 경제전망 △현정부 출범 후 경제정책 평가 및 앞으로 정책과제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견해 및 향후 경제에 영향을 미칠 변수 등으로 나눠 분석, 소개한다.》

▼설문조사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순)▼

△박상용 연세대 교수(경영학) △이두원 연세대 교수(경제학)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제학)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최도성 서울대 교수(경영학)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김준일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팀장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장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최흥식 금융연구원 부원장

△김기환 삼성투신운용 상무 △김유환 국민은행 상무 △윤점식 푸르덴셜생명 전무 △이성태 한국은행 부총재보 △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센터본부장 △조제형 주택은행 부행장 △최영휘 신한은행 부행장 △하상주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본부장 △황태선 삼성화재 부사장 △강성국 현대상선 이사 △강유식 LG구조조정본부 사장 △김상항 삼성구조조정본부 상무 △나종태 코오롱상사 사장

△남상국 대우건설 대표이사 △노기호 LG화학 사장 △민수기 LG건설 부회장 △박종우 삼성전자 전무 △오남수 금호산업 부사장

△이계안 현대자동차 사장 △이구택 포철 사장 △이명욱 한진해운 이사 △이상익 삼성전기 상무 △이수호 LG상사 사장 △정병철 LG전자 사장 △채정병 호텔롯데 상무 △황경규 신세계 이마트부문 대표이사 △제롬 스톨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터커 M 콕존 한국듀폰 사장 △디트리히 폰 한슈타인 한국바스프 사장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맹일영 주한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지사장) △이병남보스턴컨설팅그룹 부사장 △한봉훈 액센츄어 부사장 △김형순 로커스 사장 △서지현 버추얼텍 사장 △오상수 새롬기술 사장 △이금룡 옥션 사장 △전하진 한글과 컴퓨터 사장

▼경기 기상도▼

각계 경제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경기 등 한국 경제의 기상도는 ‘여전히 흐림’이다.

최근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상승세이고 청와대측도 조심스럽긴 하지만 ‘경기 호전론’을 거론하고 나선 것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과 일본 경제 등 해외 변수가 여전히 불투명하고 구조조정의 연착륙 여부 등 ‘지뢰밭’이 많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결과는 최근의 경기 흐름의 부분적 반전을 아직 구조적 안정으로 해석하지 않고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잠시 따뜻한 ‘인디언 여름’일 수도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조기 경기 회복에 회의적〓‘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시작됐다’고 응답한 경우는 한 명도 없었으며 6월까지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6%만이 동의했다. 하반기 중에도 3·4분기(24%)보다는 4·4분기(40%)쪽에 ‘무게 중심’이 훨씬 더 실렸다. 내년 이후나 돼야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응답도 10명 중 3명이나 됐다.

특히 기업인들이 조기 경기 회복에 회의적인 점도 특징. 대기업 임원 17명 중 무려 14명이 일러도 4·4분기 이후에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 중 8명은 내년 이후를 점쳤다.

벤처기업인 5명 중 4명도 3·4분기까지는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대학 교수와 연구소 관계자 가운데는 3·4분기 중에 경기 호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경기가 바닥을 쳤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도 흐름을 같이한다. ‘이미 바닥을 쳤다’는 대답은 10명 중 2명도 안됐다. 반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시각이 10명 중 3명을 조금 넘었고 ‘아직 경기 저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유보적 답변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우울한 올해 경제지표〓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당초 정부가 예상한 목표치에 비해 올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경제성장률의 경우 작년 11월 동아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 당시 5%대가 다수였던 점과 비교하면 반년 사이에 ‘성장 엔진’이 크게 움츠러들었음을 알 수 있다.

성장률이 4%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52%(26명)나 됐다. 또 4%대 전망이 44%인 반면 5% 이상은 4%에 불과했다. 특히 교수 6명 중 5명, 벤처기업 임원 5명 중 4명, 대기업 임원 17명 중 10명이 3%대를 전망해 가장 비관적이었다.

물가상승률은 10명 중 5명 가깝게 4%대 전반을 예상했다. 4%대 후반과 3%대 후반은 각각 10명 중 2명 가량. 6% 이상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응답도 4% 나왔다. 특히 금융기관과 벤처기업 임원들이 고(高)물가를 전망했다.

실업률을 연간 3%대에서 묶겠다는 정부의 목표에도 회의적이었다. 4%대 전반과 4%대 후반이 각각 40%씩이었으며 5%대와 6%대 이상도 각각 10%와 8%였다. 3%대 실업률 가능성에는 단지 2%(1명)만이 동의했다.

특히 경제연구소와 벤처기업 관계자들이 심각한 고용불안을 전망했다. 올 경상수지 흑자액은 ‘50억달러 이상 100억달러 미만’과 ‘100억달러 이상 150억달러 미만’이 각각 42%였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정부정책 평가▼

이번 조사결과는 현 정부 출범 후 3년여 동안의 경제정책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평가가 상당히 차갑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학에서의 학점으로 치면 C학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이 비교적 칭찬에 인색한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정부 경제정책이 받은 점수는 민망한 수준. ‘아주 잘했다’는 의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체로 잘했다’도 20%에 그쳤다.

반면 ‘아주 잘못했다’고 낙제점을 준 전문가는 3명(6%)이었다. 또 ‘대체로 잘못했다’는 30%로 이 둘을 합한 부정적 평가가 36%로 긍정적 평가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응답자의 44%는 현정부의 경제정책을 ‘그저 그렇다’고 평가했다. 특히 교수들의 평가가 낮아 눈길을 끌었다. 정치논리에 의한 경제정책의 왜곡, 구호만 요란했던 구조개혁 등에 대한 실망감, 최근의 경제난 등이 평가가 낮게 나온 요인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정부로서는 위안이 된 점이라면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준 것. 한국바스프 디트리히 폰 한슈타인 사장, 르노삼성자동차 제롬 스톨 사장, 한국 듀폰 터커 M 콕존 사장 등 3명 중 2명은 ‘대체로 잘했다’, 1명은 ‘그저 그렇다’고 대답했다.

정부가 앞으로 경제정책에서 가장 우선 순위를 둬야 할 과제는 ‘중단 없는 구조조정’(54%)과 ‘경기활성화(30%)’라는 두 가지로 압축됐다. 교수, 연구원, 금융기관임원 등은 10명 중 8명꼴로 ‘중단 없는 구조조정’을 꼽았다. 이에 비해 대기업, 외국계 기업, 벤처기업 임원들 사이에서는 ‘경기 활성화’(12명)가 ‘중단 없는 구조조정’(10명)보다 약간 우세해 대조적이었다. 현실적으로 이 두 과제는 다소 상충되는 측면도 있다.

두 번째로 우선 순위를 둬야 할 정책으로는 ‘각종 규제 완화’가 30%로 가장 많았고 △물가 안정 22% △경기활성화 노력 16% △중단 없는 구조조정 14% △기업 설비투자 확대 노력 10% △실업 감소 노력 4% 등의 순이었다.

최우선 순위로 ‘중단 없는 구조조정’을 꼽은 전문가들은 차선 순위로 ‘규제완화’(10명)에 이어 ‘물가안정’(9명)을 많이 지목했다. 반면 최우선 순위로 ‘경기활성화’를 택한 전문가들은 차선 순위로 ‘규제완화’(5명)에 이어 ‘기업 설비투자 확대 노력’(4명)을 많이 들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경제현안 해법▼

최근 논란이 된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시각은 ‘좀더 지켜본 뒤 추경을 짤지 여부를 결정하자’는 쪽이다. 여당인 민주당의 조기 추경 편성 방침에는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정부가 지금 추경을 편성해 경기부양에 나서는 정책에 찬성한 전문가는 16%에 불과했다. 반면 ‘경기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해야 한다’가 70%나 됐으며 아예 추경 편성에 반대한 전문가는 14%였다.

주요 이유로는 정부가 올해 예산을 상반기에 앞당겨 대폭 배정했으므로 물가불안을 감수하면서까지 재정지출을 늘릴 때는 아니라는 것.

일부 전문가들은 “추경 예산을 남발하면 구조조정에 소홀해질 우려가 있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집단내 계열사간 출자총액 제한과 30대 그룹 지정제도 폐지, 200% 부채비율 완화 등 재계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기업(대기업 벤처 외국기업)과 교수 연구소 금융기관간 시각차가 뚜렷했다.

대기업(76%) 외국기업(57%) 벤처기업인(60%)들은 규제완화에 동의한 반면 교수는 17%, 연구원은 33%, 금융기관은 44%만이 동의했다.

또 올 한국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로는 응답자의 62%(31명)가 ‘미국과 일본 경제 등 해외변수’를 꼽았고 이어 ‘구조조정 완결 여부’가 20%(10명)였다.

전문가 10명중 8명 이상이 이 두 가지 요인을 지적한 셈. 이 밖에 △노사관계 및 고용불안 △환율 등 외환시장 동향 △현대계열사 및 대우자동차 처리 문제 등이 꼽혔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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