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인터뷰]김의찬씨, 시트콤에서 애니메이션 작가로

  • 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48분


국산 애니 <탱구와 울라숑>의 시나리오 작가 김의찬씨는 요즘 신바람이 나있다.

26부작 중 6부 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탱구와 울라숑 없으면 못살아"를 외치는 어린이팬들이 꽤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쟁쟁한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디지몬 어드벤처' '드래곤볼'의 시청률을 바짝 뒤쫓고 있으니 힘이 날 수 밖에.

<탱구와 울라숑>(KBS2 금요일 저녁 6시30분)은 개성있고 코믹한 로봇 '울라숑'과 말썽장이 로봇 조종사 '탱구'의 전투 모험담을 다루고 있다. 귀여운 돼지 인형을 뒤집어 쓴 것 같은 인격체 로봇 '울라숑'과 툭하면 허둥대고 화부터 내는 다혈질 소년 ‘탱구’의 행동들이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다.

<탱구와 울라숑>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캐릭터 덕분. 두 주인공의 귀엽고 솔직한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간 것. 어딘지 모르게 모자란 듯하지만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내면을 키워가는 캐릭터가 공감을 자아낸 듯하다.

"캐릭터 성격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주 시청자인 9~12세 어린이가 좋아할만한 주인공을 찾다가 친구 같은 캐릭터로 만들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행히 꼬마 시청자들은 "탱구야, 울라숑아" 하면서 주인공 캐릭터를 친구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꼭 밝고 웃기는 캐릭터여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만화 캐릭터도 인간적인 느낌을 풍부하게 살리면 된다는 걸 확신하게 됐습니다."

캐릭터만 좋다고 <탱구와 울라숑>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남들은 A4용지 18장으로 1회분 시나리오를 채우는데 비해 그는 24장을 고집했다. 화면 전환이 빠르고 구성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무테 안경에 깔끔하게 쓸어올린 머리, 앙 다문 입술이 말해주듯 일에도 빈틈이 없다. 시나리오 작업 초기 조금이라도 맘에 안든다 싶으면 무조건 처음부터 다시 썼다.

완벽주의자들이 자신을 들볶는 것과 달리 김씨는 창작의 고통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한다.

"저는 일을 즐기면서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시나리오의 소재가 되더라구요."

'순풍 산부인과' '웬만에선 그들을 막을수 없다' 등 인기 시트콤 작가로 활동해 온 김씨가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말리기도 했다.

"너같은 인기 작가가 뭐하러 애니메이션 같은 하위장르를 하려고 하느냐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지금은 여기저기서 재밌다는 반응이 나오니까 제 선택이 옳았다고 인정해줘요."

그래서 시트콤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힘드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3배쯤 힘들다"고 했다. 스토리의 폭도 넓을 뿐 아니라 배경 묘사도 잘 해야 하고 캐릭터와 인물이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란다.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까지 주어야 하니까 훨씬 더 어렵지요."

<탱구와 울라숑> 2부의 구상을 끝낸 그는 플래시 애니메이션 '주식회사 뉴욕치킨'을 제작중이다.

"이번엔 시나리오뿐 아니라 연출까지 맡았어요. 미국의 '심슨가족' 같은 블랙코미디를 보여줄 계획인데 제목만큼 기발한 내용이 나올 것 같으니까 기대해주세요."

그는 이 작품을 인터넷에서 무료로 상영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돈이 안되면 안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다.

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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