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냄새는 기억 이끌어내는 마법사

  • 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34분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향긋한 냄새를 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어디선가 피어있을 봄꽃이나 봄처녀들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온 것이겠지요. 어쨌든 지난 겨울의 폭설과 얼마전의 황사바람 속에 막혀있던 코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됩니다.

누구든 기분 좋은 향기를 맡으면 예전의 좋았던 때를 떠올리게 됩니다. 심지어 거름 냄새에서 고향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죠.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도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랜 과자의 냄새에 이끌려 어린 시절 고향을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냄새가 기억을 이끌어내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합니다.

최근 한 과학자가 프루스트 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 모넬 화학감각연구센터의 레이첼 헤르츠 박사는 실험대상자들에게 어떤 그림을 향기와 함께 제시했습니다. 그 다음 향기를 준 뒤 그림을 기억하도록 한 결과 기억의 정확성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그림을 볼 때의 느낌은 훨씬 더 잘 기억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반면 촉각이나 음악은 그와 같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또 어린이들이 풀기 힘든 과제를 특정한 향기와 함께 준 다음, 나중에 다른 과제를 같은 향기와 함께 주면 이 향기가 실패의 신호가 돼 두 번째 과제도 힘들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헤르츠 박사는 이를 생명체의 생존본능으로 설명했습니다. 생명체는 냄새와 같은 화학신호로 위험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좋은 냄새가 생존에 유리한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프루스트가 홍차에 적신 마들랜 과자 향기로 되살린 기억은 단편정보의 홍수에 빠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사람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겪으며 생각하는지를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발빠른 출판업자들은 ‘프루스트, 되찾은 요리법’ ‘프루스트의 식물책’ 등을 출판하기까지 했습니다. 오늘 기억을 이끄는 향기를 하나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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