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치킨런>제작사 아드만 스튜디오 탐방기

  • 입력 2001년 3월 25일 18시 41분


○…1985년 여름. 영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아드만(Aardman)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스프락스톤은 쓸 만한 사람을 찾기 위해 국립영화텔레비전학교(NFTS)의 애니매이션 학과를 찾았다.

그는 당시 3년제였던 NFTS를 5년째 다니고 있던 닉 파크의 대본을 우연히 접하고 무릎을 쳤다. 그리곤 수소문 끝에 닉 파크를 찾아내 말했다.

“내일부터 당장 우리 회사로 나오게. 학교 졸업은 신경쓰지 말고.”

영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감독과 영화사가 만나게 된 순간이었다.

21일 영국 브리스톨시에 자리잡은 아드만 본사. 회사 간판도 찾아보기 힘든 허름한 2층 건물에 프로듀서와 애니메이터 등을 비롯해 수십명의 스태프가 일하고 있었다. 인근 두 곳의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합쳐도 직원은 300여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치킨 런’ 이후 ‘화난 아이(Angry Kid)’ 등의 작품은 아직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지 않아 현재 이 곳에서는 미국 정유회사의 스페인 TV용 광고를 찍고 있다. 점토로 만들어진 두 대의 자동차와 60여명의 인형을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정교한 작업 때문에 촬영이 시작된지 벌써 6주가 지났다.

72년에 세워진 아드만의 명성은 미국 월트 디즈니에 못지 않다. 디즈니가 장편 애니메이션의 대명사라면 아드만은 단편 점토애니메이션의 최고봉. 아드만의 작품은 7번이나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라 3번 수상하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200여차례 이상 상을 탔다.

특히 닉 파크 감독은 ‘크리처 컴포트(Creature Comforts)’를 비롯해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 중 ‘양털 도둑(A Close Shave)’ ‘전자바지 소동(A Wrong Trousers)’ 등으로 아카데미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다.

아드만은 지난해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개봉된 장편 애니메이션 ‘치킨 런’이 관객을 끌어모으며 무려 1억5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것.

‘치킨 런’은 전통적으로 다양한 형식과 소재의 실험적인 단편을 주로 제작해온 영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새 모델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정부와 TV의 지원을 받거나 광고를 제작해 제작비를 확보한 뒤 예술성이 뛰어난 단편 애니메이션을 찍고 이것을 BBC 등 TV에서 방영해왔다.

92년 ‘매니펄레이션(Manipulation)’으로 아카데미 상을 탄 다니엘 그리브스 감독의 탠덤영화사는 지난해 6분짜리 단편 한 편을 찍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광고를 찍어야 했다.

하지만 장편과 극장 개봉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들고 나온 ‘치킨 런’의 성공이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NFTS의 로저 크리튼덴 교장은 “‘치킨 런’의 성공이 애니메이션 제작과 유통 방식의 변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그러나 단편 제작의 전통 역시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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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스톨(영국)〓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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