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 이미지의 연금술>쓴 김준양씨

  • 입력 2001년 3월 25일 18시 34분


국내에선 보기 드문 애니메이션 영화 이론서가 나왔다.

‘애니메이션, 이미지의 연금술’(한나래·2만8000원)은 유럽과 북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헐리우드 애니메이션까지 두루 다루면서도 개설서 수준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각을 담고 있다. 특히 400여컷이나 되는 이미지도 쉽게 보기 힘든 것이다.

책을 쓴 김준양씨(31)는 원래 서울대 공대 기계설계학과 90학번인 공학도. 그는 석사까지 마치고 삼성전자기술총괄연구소에 입사했으나 3개월만에 그만두고 만다. 덕분에 장학금 1300만원도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고 병역특례도 없어져 뒤늦게 군복도 입어야 했다.

그는 “입사하기 2년전부터 영화잡지 ‘키노’에 글을 기고하긴 했지만 회사를 그만두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공학 분야는 내가 아니라도 남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만의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마니아 이력도 만만치 않다.

소장한 애니메이션 비디오만 700여편. 실제 본 것은 1000여편 가량 된다.

최신 자료와 비디오를 얻기 위해 주한 캐나다 체코 이탈리아 영국 대사관들을 방문했다. 또 책에 나오는 프레데릭 벡(캐나다), 이지 바르타(체코) 등 유명 감독들을 해외에 찾아가 직접 만나는 열성을 아끼지 않았다.

요즘은 애니메이션보다 책을 많이 본다. ‘일본의 사상’ ‘순수이성비판’ ‘인형극의 역사’ 등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비평하기 위해 필요한 서적을 섭렵하고 있는 것.

“애니메이션을 심심풀이 땅콩으로만 여기는 인식을 타파하고 싶습니다. TV 주말연속극과 영화를 동일하게 볼 수 없듯 다양한 형식과 표현재료를 가진 애니메이션을 모두 ‘얘들이나 보는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됩니다. 제 책은 애니메이션을 인문학의 기초 위에서 보려는 겁니다.”

그는 현재 홍익대 미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계원예술조형대와 단국대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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