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천국]짐 캐리의<맨 온 더 문>"진짜 웃음은 뭘까"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43분


그가 보여주려던 ‘진짜 웃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6일 비디오로 출시될 극장 미개봉작‘짐 캐리의 맨 온 더 문’(Man on the Moon)을 보고나면 갖게 됨직한 의문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앤디 카우프만은 70년대후반 미국에서 이름을 날린 코미디언. TV시트콤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35세에 암으로 세상을 뜰 때까지, 대중적이지 않은 유머 때문에 극과 극을 오가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래리 플린트’에 이어 논란많은 실존 인물의 삶을 영화화한 밀로스 포먼 감독은, 메시지가 강한 ‘래리 플린트’와 달리 이 영화에서는 앤디의 삶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 주력했다.

변두리 클럽에서 괴상한 유머를 선보이던 앤디(짐 캐리)는 유명한 매니저 조지(대니 드 비토)에게 발탁돼 TV시트콤에 출연한다. 앤디는 “관객들이 나를 보고 웃고, 미워하기도 하는 진짜 웃음”을 만들기 위해 진짜처럼 헷갈리는 상황을 일부러 연출해 논란에 휩싸인다.

레슬링 경기 도중 앤디가 목이 부러져 실려나갔는데 그것조차 쇼였다고 보여주는 장면 이후로는 영화속 인물들 뿐 아니라 보는 이도 앤디를 믿을 수 없게 된다. 앤디가 암에 걸렸다고 고백해도 믿지않는 그의 가족들처럼 “저게 정말일까?”하고 반신반의하게 되는 것. 삶의 가장 혹독한 순간에 자신의 진실성을 의심받아가면서까지 앤디가 보여주려 했던 ‘진짜 웃음’은 도대체 무엇일까.

첫 장면과 후반부 카네기홀에서 벌이는 마지막 쇼가 보여주듯, 앤디는 관객을 당혹스러운 실험에 빠뜨린 뒤 그 실험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만 비로소 웃음을 선사한다. 불쾌하고 부조리한 상황을 만들어놓고 이에 대해 화를 내는 관객들을 즐기는 그에게, 코미디는 우스개소리가 아니라 상식과 규범을 비꼬는 은유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짜 웃음’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앤디의 복잡한 내면은 아쉽게도 영화에서 잘 설명되지 않는다. 짐 캐리의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관객 나름대로 짐작해보는 데에 만족해야 할 듯. 지난해 미국 골든글로브 코미디·뮤지컬 부문 남우주연상 수상작.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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