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NGO회원] 한글문화연대 회원 방송인 정재환씨

입력 2001-01-30 20:43수정 2009-09-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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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날마다 오도시를 생각하고 시바이를 연구하며 니주를 깔고 간지를 살려야한다'

무슨 뜻일까?

'우리는 날마다 끝맺음(반전)을 생각하고 대사를 연구하며 복선을 깔고 감정을 살려야한다'

짧게 자른 머리에, 정장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큰 가방을 들고 카페를 들어선 정재환(40)씨.

요즘 인기드라마 '아줌마'에도 출연하면서, 시사터치 코미디파일, 비디오챔피언 등 TV프로그램의 진행을 맞고 있는 그는 '개그맨'도 아니고 'MC'도 아닌 '한글문화연대'라는 명함을 내밀었다.

"방송사 안에 웬 일본말이 그리 많은지, 바깥 사람들이 알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3,4년전에는 '오바한다'는 말을 쓰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그 말 빼면 대화가 안 될 정도입니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영어만이 살길인양 우리말의 숨통을 조여오는 지금, 방송가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영어와 함께 일본어의 잔재와 한자말이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외국 말과 글의 침투로 스러져 가는 우리말과 글을 가꾸고자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한글문화연대다.

"요즘은 문법을 너무 무시합니다. 인터넷에서 '고딩' 같은 신조어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원칙과 질서는 지켜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글문화연대의 창립회원이자 방송계의 핵심으로 '우리말 지킴이'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정재환씨는 벌써 우리말 바로쓰기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썼다.

실제로 만나 본 그는 머리속에 '한글맞춤법 통일안', '표준발음법' 등 어지간한 국어학 전공자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었다.

지난해 성균관대에 00학번으로 뒤늦게 입학한 그는 사학과 국어학을 전공해 앞으로 '국어의 역사'를 공부해 볼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해 그가 '우리 말은 우리의 밥이다(도서출판 현재)'라는 책을 냈을 때 KBS 아나운서 임성민씨는 그를 '독립운동가'라고 표현했다.

"그는 족히 30도는 삐딱한 고개에 부도난 회사의 영업사원 같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저벅저벅 걸어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아나운서' 같은 말만 하다가는 북한 어린이에게 계란을 보내줘야 한다는 둥, 연해주에 사는 우리 동포들에게 집을 지어 줘야 한다는 둥 하는 얘기를 해댔다"(임성민씨)

'우리말 지킴이'가 북한 어린이와 연해주 동포 얘기는 왜일까.

"96년 북한의 기아문제가 방송됐을 때 무척 슬펐습니다. 살면서 좋은 일을 해야지 하는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길이 보였던 것이지요"

그는 자신이 시민운동에 참여하게 된 중요한 계기로 강준만 교수를 꼽는다.

"강 교수님의 글을 읽다가 '연예인이 시민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행사나 공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줄 수 있다'는 부분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그는 바로 북한 어린이 돕기운동을 진행하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에 가입을 했고, 강교수의 '제안'대로 그 단체의 행사마다 '단골 사회자'로 등장했다.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시민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시간있으면 직접 동강에 가서 시위하고, 시간 없으면 회비내고, 여유가 생기면 해야지 하면 절대 '여유' 안 생깁니다"

아직도 새내기라면 새내기인 그에게는 또 하나의 단체가 있다.

'전국 대학생 알콜문제 예방협의회'

그는 4년전에 술을 끊었다고 한다.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합니다. 일주일에 3번에서 1번으로 줄이고 아낀 돈은 시민단체에 회비로 내세요"라는 정재환씨.

'바른생활 수업' 같은 인터뷰를 마치고 방송국으로 들어가는 뒷모습도 반듯한 그를 바라보니 갑자기 어제 마신 폭탄주의 냄새가 코 끝을 찡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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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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