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의 농구에세이]“수비없인 공격도 없다”

  • 입력 2002년 11월 11일 17시 48분


돌이켜 보면 지난달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남자농구는 중국을 꺾고 우승했지만 자칫 준결승에서 복병 필리핀에게 져 결승진출 좌절이라는 수모를 겪을 뻔했다.

당시 중계를 하던 스포츠TV 이명진 해설위원은 경기가 안 풀리자 “문제는 우리가 상대를 우습게 보는데 있습니다”라고 평했다. 상대를 가볍게 보면 수비를 안 한다.

프로농구에서 폭발적인 덩크슛과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속공은 가장 공격적인 모습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속공을 하려면 수비가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속공은 수비의 성공으로부터 시작된다.

올 시즌부터 SBS스타즈의 지휘봉을 잡은 정덕화 신임감독은 누구보다 수비농구를 강조한다. 다른 팀에 비해서 확실한 포인트 가드가 없는 팀으로서는 정상적인 공격보다는 수비에 이은 빠른 공격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SBS는 초반 2연패로 주춤했으나 올 시즌부터 허용된 지역 방어가 먹히면서 10일에는 돌풍의 핵인 코리아텐더를 꺾고 공동2위로 올랐다.

요즘 농구를 보다보면 지난 시즌까지 3점슛을 팡팡 집어넣던 스타 골잡이들이 벤치 신세를 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팬들은 의아해 할지 몰라도 이유는 한 가지, 수비를 게을리 하기 때문이다.

감독은 수비 안하는 선수를 가장 싫어하고 시늉으로만 수비하는 선수도 싫어한다. 이런 선수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상대 공격수의 스크린이 정당하게 이루어졌음에도 공격자 파울을 유도하려는 듯 헐리우드 액션을 취하며 나자빠지는 선수다.

둘째 동료들은 모두 빠르게 백코트를 했는데 마치 기습수비를 하는 냥 혼자 프런트코트에 남아 이리저리 뛰는 선수다. 끝내 자기 진영으로 넘어오지 않는다.

셋째 상대 슈터가 슈팅 모션을 취하기 무섭게 붕붕 날아가는 선수다. 이런 습성들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언젠가 삼성화재 배구단의 신치용 감독이 작전 시간에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배구는 수비를 잘 해야 재미있는 거야.”

농구도 마찬가지다.

한선교/방송인 hansunkyo@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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