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후쿠야당 딸들>,세자매의 가업 이어나가기

  • 입력 2001년 1월 3일 10시 37분


교토의 유서 깊은 전통 과자점 후쿠야당은 4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과점이다. 빈틈 없는 장녀 히나, 자유분방하고 왈가닥인 차녀 아라레,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막내 하나는 17대에 걸쳐 후쿠야당을 가업으로 일궈온 후쿠요시 가문의 세 자매다.

수완가인 어머니와 장녀 히나가 운영해 오던 후쿠야당의 평온한 일상은 히나가 돌연 결혼과 함께 출가를 선언함으로써 흔들리기 시작한다. 전통 과자를 향한 애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우등생 언니와 비교되기 일쑤였던 탓에 조금씩 비뚤어져 나가던 아라레가 마침내는 다음 당주로 지목된다.

<후쿠야당 딸들>은 수백년에 걸쳐온 가업을 책임지고 이어나가야 한다는 부담과 자부심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세 자매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일면 소박하고 평범한 소녀들의 성장기인듯한 이 만화에서는 '가업 잇기'라는 독특한 일본 문화와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의 풍습을 엿볼 수 있다.

이야기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색을 보고, 형태를 보고, 맛을 본다는 일본의 전통과자다. 다도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그에 못지 않게 차에 곁들여 내는 전통과자 문화도 빼어나서 하나하나가 예술품과도 같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아한 색과 모양을 지녀 차마 먹을수 조차 없이 아름다운 전통과자 뒤에는 수백년에 걸쳐 자신들의 가업을 이어 나가는 고집스런 일본인의 가치관이 있다. 역사와 명성이 과거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것에 더 가치가 있다고 믿는 그들. 자연히 젊은이들은 그 굴레에 숨막혀 하고 일탈을 꿈꾼다. 그래도 전통을 사랑하고 지켜 나가는 것에 애착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세 자매의 모습이 현대의 일본 젊은이들과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은 부러운 것이 사실이다.

김지혜 <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jam@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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